미국 정부의 도감청 의혹을 폭로한 전직 CIA요원 에드워드 스노우든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임시망명을 허용하자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발끈했다.
백악관은 올 가을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의회는 러시아와의 모든 관계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한국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스노우든을 추방해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우리의 확실하고 적법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데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며 "이는 양국간 오랜 사법공조를 허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 정부로부터 (망명을 허용할 것이라는) 사전통보도 없었다"며 "스노우든은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 기밀을 유출해 고발된 사람인만큼 속히 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달말쯤 열릴 것으로 예상돼온 러시아와의 '외교국방장관 2+2 회담'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백악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긍정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밝힌만큼 '2+2 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재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현재 이번 조치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을 러시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도 러시아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악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수위조절'에 나섰다. 그는 "우리 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스노우든 처리문제가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말해왔다"며 "아프가니스탄 처리문제와 이란제재, 핵무기 감축 등 양국이 이번 사안과 별개로 협력해야할 사안이 있다"고 밝힌 뒤 "스노우든 문제가 (양국간) 모든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은 이날 "러시아측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행동은 미국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위한 고의적 시도이자 미국민을 모욕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로버트 매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도 이번 사태로 양국관계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스노우든은 미국 법정에서 처리돼야 할 인물이지 러시아로 망명할 수 있는 자유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도 "러시아의 결정은 도발"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