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산업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원전 핵심부품 국산화 사업이 부품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공모한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원전 부품업체인 H사 황모(54)대표와 고리1발전소 기계팀 이모(46)전 차장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고 6일 밝혔다.
황 대표 등은 터빈밸브 작동기를 국산화했다고 속여 2008년부터 3년 동안 수의계약을 통해 밸브작동기 24대(대당 5억 원 가량)를 납품해 141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드러난 원전 부품 납품비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들은 또 2011년 제한경쟁에 참여한 뒤 특허권자라는 이점을 활용해 터빈 밸브 작동기 12대, 68억 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해당 계약은 입찰부정이 적발돼 중간에 파기됐다.
터빈밸브 작동기는 증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리는 원전 주요 부품으로, 이 중 증기량을 조절하는 '서브 실린더'가 핵심이다.
H사와 고리원전은 공동으로 국산화 연구개발에 착수해 2007년 11월 터빈밸브 작동기를 국산화 했다고 밝혔다 핵심 부품인 서브실린더를 '피스톤실 방식'에서 '패드실 방식'으로 개선하는데 성공했다며 특허까지 받았다.
여기에다 개발에 참가했던 이 전 차장은 2009년 11월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한수원 최초의 '국가품질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원전 부품 국산화 성과는 모두 사기극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원전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한수원은 자체 감사를 벌여 H사가 납품한 고리 1발전소의 터빈밸브 작동기를 분해했고, 그 결과 실린더에 외국산 피스톤이 장착된 것을 확인했다.
또 고리 1발전소 자재창고에서 대당 3천만 원인 외국산 피스톤 실리던 상당량이 밀반출된 정황을 포착했다.
한수원은 이렇게 사라진 피스톤 실리더가 H사의 터빈밸브작동기에 재활용된 것으로 보고 패드실 서브실린더 개발이 실패했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한수원으로부터 관련 서류 일체를 넘겨 받은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곧 터빈밸브 작동기 개발과 납품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