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전격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미래전략수석, 고용복지수석을 교체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75살의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비서실장으로,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을 민정수석으로 각각 임명하면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법무장관까지 공안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정부 출범과정에서부터 육사출신과 법조인들을 중용하면서 '육법당' 논란을 빚은데 이어서 '신공안정국'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공안검사를 좋아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 청와대 개편과 관련해 '공안검사 전성시대' 라거나 '공안검사 공화국시대'라는 말도 들리던데?
송은석기자/자료사진
= 그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공안검사 출신이다. 여기에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도 공안검사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공안검사 전성시대' 아니냐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발표되자 지난 5일 트위터에 "정홍원 국무총리/검사,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공안검사, 홍경식 신임 민정수석/공안검사, 황교안 법무장관/공안검사…'공안검사 공화국시대!!!'"라는 글을 올렸다.
법조계에서도 공안검사 전성시대로 받아들인다. 한 원로 법조인은 "과거 군사정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박정희 정권 때나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때 검사출신들이 중용됐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도 육법당 논란이 있었지 않느냐? 그런데 이번에 또
검사 출신들을 중용한 이유가 뭐냐?=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하거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안보와 법치, 원칙, 능력 등을 중시해서 인사를 했는데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도한 인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한 법조인은 '박 대통령이 법조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다가도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승복하고 더 이상 뒷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법조인은 "자기 주장이 있지만 도출된 결론에는 승복하는 걸 좋아한다"라고 전했다. 법조인들은 검사나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펴지만 일단 판결이 내려지면 그기에 승복하는 훈련을 받기 때문에 이런 '직업적 충성심'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군인과 검사들의 비슷한 특성은 상명하복에 철저하다는 것이다. 군인들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말이 있고 검사들은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윗사람의 지시에 따르도록 훈련을 받는다.
검사출신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중견법조인은 "통치자 입장에서는 충성도를 중요하게 여겼고 엘리트이면서 나름 검증된 사람들인데다 일반 행정부 공무원과 달리 몸 바쳐서 일하기 때문에 중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법조인 카드'를 종종 활용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선출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권영세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 이주영 특보단장,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등을 임명했는데 이들은 모두 법조인 출신이고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대법관을 거쳐 헌법재판소장까지 지낸 법조인이다.
▶검사출신 중에서도 특별히 공안검사 출신을 좋아하는 이유?= 검사들은 주특기별로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으로 분류한다. 검찰 인사서류에 공식적으로 기재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이렇게 분류를 한다.
검찰 내에서 회자되는 얘기 중 각 주특기별 특성을 정의한 말이 있다.
"공안통은 나라 걱정을 하고(사실은 국가보다는 정권 걱정인 경우가 많다) 기획통은 조직을 걱정하고, 특수통은 사건을 걱정한다"는 말이다.
검찰의 한 고참간부는 "각 주특기별 시각의 차이가 극명하다"면서 "공안검사들은 전체의 틀을 생각하지만 특수통들은 자신이 맡은 사건의 수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안검사는 국가안보나 권력의 안정을 추구하지만 특수검사들은 청와대나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캐려고 하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공안검사는 윗선과 의견이 다를 때 설명을 통해 설득을 하다가도 결정이 내려지면 군소리 없이 따르지만, 특수검사는 윗선과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특수검사들은 수사대상을 두고 윗선과 의견차이가 조절되지 않으면 언론에 흘려서라도 이를 관철하기도 했다.
통치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안검사들은 시각을 크게 하고 국가를(사실은 정권을) 걱정하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걸 뒤집어서 얘기하자면 시키는 대로 잘하는, 말 잘 듣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번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부딪혔던 사건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일 것이다.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장관과 특수통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면충돌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불구속 기소로 타협을 했지만 정권의 안정을 염려하는 법무부 장관은 선거법 위반 혐의는 제외하자는 쪽으로 검찰총장은 수사원칙과 검찰조직의 입장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입장이 부딪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아주 강경한 입장'인데 공안검사 출신이었다면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켰을 것이라는 그런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내각은 검사출신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청와대는 공안검사 출신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관장하는 투 톱 체제가 됐는데?
김기춘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 이 지난 5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황우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우 정무수석,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홍견식 민정수석. 황진환기자/자료사진
=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도 검사출신이고 청와대 비서실을 통솔하는 비서실장도 검사출신이다. 그래서 검사출신 투 톱 체제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투 톱 체제라기보다는 김기춘 비서실장 원 톱 체제로 분석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경남중학교 5년 선배이면서 검찰에서도 상사와 부하로 재직했다. 김 실장이 법무연수원장시절 기획과장을 했으니까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후배이다. 김 실장이 고등고시 12회(고등고시는 15회까지임)이고 정 총리가 사법시험 14회(연수원 4기)니까 검찰 내 기수로만 17기 차이가 난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카리스마가 대단해서 후배들이 거역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의전과 격식 이런데 철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야인이 됐는데 아침에 의관을 갖추고 2층 서재로 출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후배 검사들을 집으로 초청을 했을 때도 집 식탁 좌석에 이름표를 붙였다고 한다. 그만큼 엄격하고 깐깐하다는 얘기다.
정부조직법상 비서실장은 장관급이므로 서열은 국무총리가 위이지만 실제로는 김기춘 수석이 왕수석으로서 청와대뿐 아니라 내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왕실장' 노릇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막후실세의 현재화'라고 평가를 했다. 이른바 '7인회'가 가장 강력한 조언그룹인데 막후에서 조언하고 코치하던 수준에서 직접 현장에 나서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을 검찰총장과 대검차장 시스템과 비교하기도 한다. 한 중견법조인은 "김기춘 비서실장에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의 시스템과 비슷해 보인다"면서 "비서실장이 직접 챙기고 민정수석이 실무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에서 차장이라는 자리는 2인자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보스를 보좌하는 역할인데 홍경식 민정수석은 부지런하고 꼼꼼하고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런 역할에 적격이라는 것이다.
▶ '왕실장'이라면 정권의 2인자 내지는 핵심실세가 되는 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이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스타일과 닮았다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의 평가였다. 실제로 2인자니 핵심실세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시절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나 최시중 방통위원장, 박영준 차관 등을 두고 핵심실세니 만사형통이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니 하는 말들이 있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이정현 홍보수석이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긴 했지만 핵심 실세니 2인자니 하는 얘기는 없었다.
그런데 '7인회' 멤버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섬으로서 그동안의 모습과 달라질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김기춘 비서실장이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인사에 관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 검찰내 고검장이나 검사장급 간부들이 김기춘 비서실장이 검찰총장 또는 법무장관 때 임관을 했다. 까마득한 선배라는 얘기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이 얘기는 일방통행식 회의는 있었지만 정국의 주요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없었다는 말인데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 이런 모양이 고착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 난상토론도 해야 하고 모든 주제를 두고 토론 하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왕실장' 체제가 굳어지면 '상명하달'식이 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우 청와대를 비롯해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기는 하겠지만 자신을 내세우거나 2인자 노릇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발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던데?= 검찰내부에서는 홍경식 민정수석을 공안검사라기 보다는 기획검사로 분류한다.
공안검사로 분류하는 건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기 때문인데 노무현 정부시절 홍경식 수석을 대검 공안부장으로 임명할 때 '공안통'이 아니기 때문에 임명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사시절 이력을 살펴보면 공안과는 거리가 멀다. 평검사시절 공안검사 경험이 없고 부장검사일 때도 공안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공안검사들 사이에서도 홍경식 수석을 공안통이라기보다는 기획통으로 분류한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관리 공안'은 공안검사로 분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관리공안이란 평검사 시절 실전공안을 하지 않고 간부가 된 뒤 공안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평검사시절 공안검사를 했고 중앙정보부에 파견돼 1974년~1979년 대공수사국 부장과 대공수사국장을 지냈으며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으니까 홍경식 수석과는 다르다. 황교안 법무장관이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정통 공안통으로 분류한다.
참고로 검찰 내에서는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으로 검사들의 주특기별로 분류를 하는데 '공안통'으로 분류되려면 평검사때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서 근무하고 대검 공안부 연구관을 거쳐 대검 공안과장과 서울 중앙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해야 한다. 특수통의 경우 역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하고 지방의 특수부를 거쳐 지금은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 연구관과 대검 중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역임해야 한다. {RELNEWS:right}
사실 검찰 내에서 공식적으로는 공안통이니 기획통이니 특수통이니 하는 분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1과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인사서류에 공안통이니 특수통이니 하는 분류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지만 인사를 할 때는 어느 분야에 적임인지를 고려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