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로는 아니지만 선미가 돌아왔다. 3년7개월의 휴식기는 그녀를 확 바꿔놓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장’이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확립이 안됐었고, 즐기고 간절했던 마음들이 무뎌졌었지만 이젠 다르다. “찾고자 하는 걸 찾았다”
“잘했다 못했다는 말할 수 없지만 꼭 필요했던 선택이었어요. 주어진 시간과 기회에 감사해야 하는데 반복적이고 생각할 틈이 없다 보니 진짜 일처럼 돼버린 느낌이었어요. 1~2년 하고 말 것이 아니라 더 많이 해나가야 하는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선미는 원더걸스가 ‘텔 미’(Tell Me),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미국까지 진출한 뒤 돌연 학업을 이유로 탈퇴했다. 15살 때 원더걸스로 데뷔해 3년도 채 안 돼 일어났던 일이고 탈퇴 당시에도 고등학생이었다. 너무 어렸다.
“원더걸스로 활동할 때 제가 뭘 잘 하고 어떤 매력이 있고 색깔이 뭔지 확립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멀리 볼 땐 꼭 필요한 부분인데..신중하게 마음을 다잡았어야 하는데 혼자 생각하기엔 너무 어렸어요. 이젠 성장했으니까(웃음)”
선미에게 지난 4년여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해 배우고 싶은 걸 배웠고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렸다. 선미는 친구들에게 스타가 아니라 동기였고 왈가닥 여학생이었다. 선미에겐 “앞으로 큰 힘이 될 친구들”이다.
그 시간동안 더 큰 힘이 돼준 건 회사와 원더걸스 멤버들이다.
“팬 분들과 회사와 언니들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제 의견을 존중해줘서 고마웠어요. 후회를 아예 안 할 순 없더라고요. 제 뿌리가 원더걸스니까. 언니들이 앨범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저한테 딱 어울렸겠다고 하면서 아쉬워도 해주고 항상 그리웠어요”
선미는 그 기간 동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근엔 마지막에 연습실 청소를 하고 불 끄고 가는 게 항상 선미였을 정도. 이건 가수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뭔가 정해지진 않았었지만 확실한 건 가수를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활동할 때 놓쳤던 부분을 보충하려고 했어요. 기다려주신 시간이 무의미했던 게 아니라 성장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솔로로 돌아온 선미가 처음으로 보여줄 모습은 싱글 ‘24시간이 모자라’. 박진영이 박지윤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할 만큼 공을 들였다.
“돌아오겠다고 확신을 가지게 된 건 얼마 안됐어요. 실력에 의심이 들었고 더 발전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다 지난해 12월에 박진영 피디님이 머릿속에 그린 구상을 말씀해주셨고 올해 3월에 노래를 들려주셨어요. 그땐 저도 자신이 생겼어요”
‘24시간이 모자라’ 뮤직비디오를 보면 선미의 자신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원더걸스 때는 상상도 못 했을 파격적인 모습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다. 선미는 이 곡을 통해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한 자기 자신을 다 쏟아낸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