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인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와 그의 윗선인 국정원 박원동 국익정보국장이 청문회 답변에 대해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한 김 씨는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가림막 뒤에서 증언한 김 씨는 지난해 대선 전 ‘문재인 후보는 우리 안보와 국익 책임질 수 있는지 국민이 눈여겨 봐야한다’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질문에 대해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 씨가 삭제한 파일에 대한 이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김 씨는 역시 같은 답변을 했다.
또 김 씨의 핸드폰에 암호로 저장된 사람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똑같은 답변을 늘어놓았다.
이 밖에 민주당 김민기 의원의 신문에서도 이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이날 야당 의원들의 신문에 대해서는 비슷한 대답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김 씨의 이 같은 질문은 사전에 준비한 ‘모범답안’을 그대로 읽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연합뉴스 카메라에 잡힌 김 씨의 모범답안에는 ‘구체적으로 제가 쓴 글이 어느 글인지, 아이디가 어느 것인지 구분해서 말씀해 드리기 곤란합니다’, ‘…뒤의 추적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증인 내용과 관련되어 있어 답변드리기 곤란합니다’ 등의 ‘모범답변’이 빼곡히 적혀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 씨의 옆에 앉은 국정원 박원동 국장의 모범답안도 김 씨의 것과 비슷한 형태로 적혀 있었다는 점이다.
김 씨의 모범답안은 중간제목과 그 아래 아라비아 숫자의 소제목, 또 그 아래 ‘-’표시가 붙은 메모 형식의 답변이 적혀 있었다.
역시 연합뉴스 카메라에 잡힌 박 씨의 모범답안에도 김 씨의 답안지와 똑같은 형식의 숫자와 기호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서류가 활자체만 빼고는 판박이인 것이다. 특히 볼펜으로 그어진 채 가끔 수정된 흔적까지도 닮아있다.
두 국정원 직원이 사전에 답변 방식 등에 대해 서로 모의했을 개연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씨와 박 씨가 가림막 뒤에서 휴대폰을 이용하거나 서로 수신호를 교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답변을 모의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김 씨가 들고 있는 서류는 카메라 기자들의 촬영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김 씨의 답변 태도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