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국정원 청문회에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진실의 증언을 지역감정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야만적 폭력이자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문희상 전 대표가 권은희 과장을 ‘광주의 딸’이라고 지칭하며 두둔했기 때문에 이런 지역감정 조장에 휘둘리지 말고 대한민국 경찰의 입장에서 행동해 달라고 요청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조명철 의원은 평양 출신의 탈북자 국회의원이라 지역감정이라는 개념에도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 지역감정 유발 의원 청문회를 열어야 하나그러나 청문회 실황을 지켜 본 시민들은 조명철 의원의 발언을 지역감정에 휘둘리는 경찰이 되지 말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정파적 입장에 지역감정을 실은 추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는 질문은 경찰로서 소신과 양심에 따른 수사외압 폭로가 아니라 광주 출신이라서 야권 편에서 폭로한 것 아니냐는 추궁처럼 들린다는 것. 그래서 비난과 분노가 번져 가고 있는 중이다.
광주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라는 질문은 듣기에 따라 광주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벗어난 문제 지역이라고 규정짓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더욱 위태롭다. 왜냐하면 조명철 의원은 새누리당 설명대로 탈북자 출신의 국회의원이다.
TV조선과 채널A 두 종편채널은 지난 5월 ‘북한의 5·18 개입설’ 등을 보도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서 모두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의 발언을 근거라고 제시했다. 방송 후 죄송하다고 사과방송을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은 사안이다. 그래서 탈북자 출신의 정치인이 ‘광주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고 묻는다면 지역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순수한 당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조명철 의원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아도 이런 의문은 마찬가지이다. 2012년 11월 국회 발언이다.
“최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남한대선에 개입하려 TF팀을 조직해 400명의 보위부요원을 중국에 파견해 공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는 비밀리에 중국교포로 위장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는 첩보도 있다. 북한은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 전파력이 뛰어난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인 선전선동과 유언비어 유포 등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제시한 증거자료는 없었다. 이것을 확인하고 분쇄할 책임부서인 국정원은 오히려 SNS를 통해 무차별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하다가 국정조사를 받고 있으니 정말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조명철 의원이 북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역감정에 익숙하지 않다는 새누리당의 해명은 궁색하다.
(이미지비트 제공)
북한에도 엄연히 북남구도의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함경남·북도와 량강도가 ‘북’이고 평안도와 황해도가 ‘남’이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사람들이 영악하고 다혈질이라고 싫어하고 북쪽사람들은 남쪽사람들이 생활력이 약하고 이기적이라며 싫어한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지방주의’라고 부르며 사회위협 요소로 간주한다. 정치적으로는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세습독재체제를 위해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함경도 출신들을 강력히 견제했기에 함경도 사람들은 소외감과 함께 평안도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평안도에서는 반공단체 활동이 활발했던 평안북도가 차별을 받는다.
성분조사에 의해 출신이 좋아야 평양에 입성해 살 수 있기 때문에 평양과 비평양의 지역감정도 생겨났다. 그런 북한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는 정당에 들어가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까지 치른 사람이 지역감정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변명으로 들린다.
◈치졸한 변명보다 뼈 아픈 반성을무엇보다 조명철 의원이 민주사회의 경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경찰은 국가공무원이자 국민의 공복이지 북한에서처럼 최고 집권자나 집권당의 친위대가 아니다. 부정비리를 발견하면 추적해 수사하고 사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민주경찰의 직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광주 5.18 기념사에서 “5.18 희생 영령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했다. 영령들이 남기신 뜻을 받들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 그 희생과 아픔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월에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골을 메워서 국민 화합의 꽃을 피우는 일이 시급하다.
새 정부는 지역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학벌 때문에 소외받지 않는 새 시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조명철 의원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역차별 없애기, 학벌 없애기의 수혜자 일 것이다. 탈북자 출신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오히려 지역.학벌 차별 철폐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물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가리켜 ‘진골TK’로 표현한 것이나 문희상 전 대표의 광주의 딸 발언도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20% 가까이 얻어낸 대구경북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을 깎아내리면 내렸지 뛰어 오르게 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포퓰리즘이 진하게 배어 있는 발언으로 자신들의 정치경력에 성과보다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국민을 갈라 얻은 이익이 자신을 키워줄 거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고 또한 부끄러워 할 일이다.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