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ㆍ난방을 하고 전기를 만들고 공장을 가동하는 가스. 서민에겐 필수 생활 에너지다. 서민이 운영하고 서민이 찾는 음식점은 더욱 그렇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도시가스와 난방 요금을 인상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매출은 주는데 나가는 돈은 증가하는 셈이다. 서민의 살림살이가 출렁이고 있다.
(스쿠프 제공)
서울의 복판 바로 옆에 자리한 필동. 필동은 유명 중국집들이 모인 곳이다. 값싸고 오래된 필동의 중국집은 요즘 푹푹 찌는 여름을 나고 있다. 가스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대한극장 인근 중국집의 올 초여름 도시가스 요금은 평균 180만원 내외였다. 그러다 지난 7월 2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도시가스요금이 많이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냉방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가스에어컨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한 중국집 사장은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철 냉방비와 가스비가 100만원가량 나왔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가스에어컨으로 전환했는데 지난해부터 가스비와 냉ㆍ난방비가 크게 올라 결국 냉방비용이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냉방비와 가스비가 2배 증가한 셈이다.
도시가스 요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6월 30일 도시가스 요금을 4.6% 인상했다. 10만5565원이었던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평균 사용량 4784MJ)은 10만6692원으로 한달에 약 1127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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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른 물가는 또 오르게 마련이다. 공공요금도 다를 바 없다. 올 2월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4.4% 인상했다. 8개월 만에 요금을 올린 것이다. 용도별로는 주택용(난방용ㆍ취사용) 4.3%, 산업용 4.6% 올랐다. 욕탕업과 폐기물 소각 등을 위해 사용하는 가스비는 4.3%, 이미용업ㆍ숙박업ㆍ수영장 등 영업용은 4.1% 인상됐다.
공공요금 인상은 음식점에 부담이다. 음식을 조리하고 가게의 냉ㆍ난방을 유지해야 해서다. 당연히 가스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들어오는 돈(매출)은 감소하는데 나가는 돈(공공요금)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경기 구리시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안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설렁탕 가격(6000원)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11년부터 7000원으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냉ㆍ난방비는 여름과 겨울 한철만 버티면 되지만 가스는 매일 사용하는 자원이 아니냐"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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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8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은 평균 0.5% 올랐다. 서울시 소매기준으로 가스열량단위(MJㆍ메가줄)당 평균요금이 현행 20.5173원에서 0.1118원 오른 20.6237원으로 변경됐다.
도시가스 요금만 오른 게 아니다. 난방비도 인상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올 7월 지역난방 열 요금을 평균 4.9% 올렸고, SH공 사는 8월 1일부터 노원ㆍ도봉ㆍ중랑ㆍ양천ㆍ강서ㆍ구로 6개구에 공급하는 업무ㆍ공공용 지역난방을 4.9%로 올렸고, 주택용 지역난방 요금은 2014년 1월부터 3.48% 인상된다.
서울 청담동 소재한 이태리 음식점은 올 7월 냉방비로 300만원을 지출했는데 올겨울 난방비도 이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배인 김씨는 "관리비 증가로 음식 값이 오르면 손님은 지갑을 닫는다"며 "매출이 떨어지면 직원의 월급은 동결되거나 삭감된다"고 말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