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고려대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차지한 1학년 센터 이종현 (사진=노컷뉴스 송은석 기자 raphacondor@cbs.co.kr)
고려대 1학년 센터 이종현(19, 206cm)에게 지난 3개월은 아마도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종현은 5월 말 대학농구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를 맞고 코뼈와 안와 골절 부상을 당했다. 부상 자체는 물론이고 시기도 좋지 않았다. 이종현은 19세 이하 세계선수권 대회에 불참했다. 7월 초 윌리엄존스컵 대회에서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종현은 진천선수촌에서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습경기에 임했다. 빠른 속도로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문제는 '멘탈(mental)'이었다. 힘겨운 몸싸움을 감당해야 하는 장신선수가 얼굴이나 목 등 민감한 부위를 다치면 한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종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이종현은 8월 초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이후 고통의 시간은 끝나고 감격의 나날들이 계속 됐다.
이종현은 중국의 간판스타 이젠롄과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왕저린,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 대만의 퀸시 데이비스 등 정상급 빅맨들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이종현은 총 9경기에서 평균 18.7분을 뛰어 7.1점, 4.8리바운드, 1.7블록슛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대회 기간에 특히 김주성(원주 동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이종현은 "하다디와 이젠롄을 빼고는 우리나라 빅맨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어온 것이다.
그 기세는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으로 이어졌다. 이종현은 대회 평균 22.3점, 14.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고려대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프로 팀들을 연파한 데 이어 결승에서는 지난 해 우승팀 상무마저 눌렀다.
'제2의 서장훈'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서장훈은 연세대 1학년이었던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기아자동차의 전성시대를 끝내고 우승을 차지, 남자농구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레전드다. 올해 은퇴한 서장훈은 현재 프로농구 득점과 리바운드 등 주요 부문 통산 1위 기록을 갖고있다.
단순히 키가 크다고 해서 누구나 서장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 남자농구 역사상 가장 완성도가 높은 센터 중 한명이었다. 선수 시절 막바지에 느릿느릿한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지만 프로농구 초창기에는 외국인선수들과 경쟁해 시즌 평균 20득점 이상, 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했던 선수다.
이종현의 잠재력은 확인했다. 기량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대표팀에서 그를 지켜봐왔던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기술의 발전, 특히 스텝을 활용한 농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변수는 이종현이 처한 환경이다. 경희대 4학년 센터 김종규가 졸업하면 내년부터 대학 무대에서 그와 경쟁할만한 선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자가 없으면 발전은 더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종현이 하루빨리 프로 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보편화되어있는 '얼리 엔트리(early entry)' 제도다.
상무와의 결승전이 끝나고 취재진은 이민형 고려대 감독에게 이종현이 대학에서 더 배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조기 진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