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도민인수와 관련해 1대 주주로 나설 대기업 찾기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23일 한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대자동차와 같은 튼튼한 기업이 (주체를) 맡아주면 가장 좋다"며 "현대차에 인수 참여를 제안하고 현재 의견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가 인수하면 현대차 계열사와 협력업체들이 참여하게 돼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에서도 현대차가 인수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남은행의 주영역이 울산과 경남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들어올 명분이 있고, 경남은행은 지난해 천7백억의 이익을 내는 등 지금도 흑자구조고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알짜은행이기 때문에 인수하면 기업에도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이미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LG전자, 세아제강 등 경남과 울산지역 5개 대기업에 "경남은행 지역 환원에는 지역 대기업의 참여가 매우 필요하다"며 투자 참여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물밑 접촉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경남과 울산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같은 데다, 재정적인 사정도 좋아 여러 가지 여건상 현대자동차의 투자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홍 지사가 직접적으로 현대자동차를 '콕' 집어 거론하면서 공개 구애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는 전략적 투자자인 1대 주주로 나설 대기업을 찾는 일에 주력해왔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1대 주주를 통해 다른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이후 평가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유리한 평가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인수추진위는 국내 10여개 대기업에 경남은행 인수 참여를 요청했고,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남은행 인수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 참여를 요청한 기업들이 참여 여부를 두고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데다,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 등을 우려해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해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홍 지사도 대기업들이 인수참여 여부에 대해 정부 눈치를 보고만 있는 바람에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 지사는 "인수 참여를 제안한 현대자동차가 인수 참여를 해도 되는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청와대가 먼저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정부의 도움없이 대기업들의 참여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본 홍 지사가 금융당국보다 부담이 적은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에 토착화된 기업들은 거부감이 덜해 지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데다,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알짜은행으로 꼽히는 경남은행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어 대기업들도 인수 참여를 두고 고심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은행 인수추진위 관계자는 "일단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대기업들이 경남은행 인수 참여라는 기회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