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 등을 받고 국정원의 수사대상에 오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간 가운데 국정원 직원들이 신체영장 집행을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
다시 국가정보원발(發) 소용돌이다. 선거 개입 사건으로 ‘개혁의 대상’이 된 국정원이 오히려 ‘내란음모’라는 메가톤급 사건을 터트리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보수·극우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종북 세력’을 규탄하고 나섰다. 반면 진보단체들은 ‘시대착오적 조작’이라는 반발과 “조금 더 사건을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 국정원 선거 개입에 침묵하던 보수단체 일제히 ‘종북 세력’ 규탄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근간과 정체성을 흔드는 사건인 만큼 국정원과 검찰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만을 기준으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송정숙 전 보사부 장관과 한영탁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강규형 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 교수, 김종호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등 보수 진영의 원로와 학자그룹이 대거 참여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회원 7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의 인형을 불태우는가 하면 일부 회원들은 당사에 진입, 의자와 소화기를 휘두르고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도 이날 오전 안보 대응활동을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보수 진영 전체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정원의 ‘명백한’ 선거 개입 증거 앞에 침묵하던 보수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맞서 열린 ‘맞불 집회’는 대부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 중심이었다.
◈ 사활걸린 통진당, 총력 대응 나섰지만…반응은 ‘뜨뜻미지근’
반면 진보진영의 대응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속 의원과 주요 인사들이 수사의 대상이 된 통진당은 당 조직을 투쟁본부로 전환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통진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원단 연석회의를 열고 “희대의 조작극, 광기 어린 민주 압살에 민주 수호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통진당은 특히 “청와대의 부정선거와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치공작에 맞선 국민들의 촛불저항에 가장 헌신적으로 임해온 통합진보당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눈엣가시였다”며 “촛불시민과 어깨 걸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선 최대 10만여명의 시민들을 겨냥한 호소였다.
통진당은 이어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과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착오적 내란음모 조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