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무기와 풍선폭탄 제조, 위폐 제작·유통 등 과거 전쟁 시기 일본의 치부를 소개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본 젊은이들에 의해 제작됐다고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소재 일본영화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전쟁 당시 일본의 비밀병기제작소였던 '노보리토(登戶) 연구소'의 실태를 다큐 영화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노보리토 연구소에 관여한 80∼90대 일본인 35명의 증언을 통해 이미 사라진 연구소를 기억의 수면 위로 되살려냈다.
1939년 가와사키시에 설립된 노보리토 연구소는 4개 과로 나뉘어 전파병기와 생·화학병기 개발, 위조지폐 인쇄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1945년 종전때까지 소이탄을 매단 풍선폭탄, 세균무기, 요인 암살용 독약무기 등을 개발했다. 또 중국 경제를 교란하려고 위조지폐를 찍어내는가 하면 인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만주 731부대와 인적 교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에는 일본이 내각 인쇄국 직원, 민간 전문가 등을 동원, 정교한 중국지폐를 제작한 뒤 유포한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인플레이션을 유도함으로써 당시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정권을 흔들기 위해 1940년부터 약 45억엔 상당의 위폐를 제조한 사실이 영화를 통해 소개됐다.
또 일본의 스파이 양성기관 출신자가 위폐를 나가사키에서 상하이로 운반했다는 증언도 영화에 등장한다.
일본이 1944년 가을부터 9발 이상의 풍선폭탄을 미국 본토를 향해 날려보내 6명을 사망케한 사실도 소개됐다. 또 세균무기 개발에 종사한 남편이 중국에서 진행된 생체 실험에 가세한 사실을 알고 고민하던 한 일본 여성이 결국 남편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영화가 제작된 단초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영화대학 수업에서 한 강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노보리토 연구소에 대한 연구를 과제로 제안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학생들은 3개월에 걸쳐 만든 보고서가 강사진의 호평을 받자 추가 취재를 거쳐 영화화를 시도, 6년 만에 한편의 독립 영화를 완성했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이 영화는 도쿄 시부야(澁谷) 소재 영화관 유로스페이스에서 내달 8일까지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