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KBS 2TV '추적60분'이 방송 불발 위기에 처했다.
KBS는 30일 사전심의를 통해 31일 방송 예정인 '추적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에 방송보류 판정을 내렸다. KBS 심의실은 제작진에게 "이 사건이 1심만 판결이 끝났고, 최종 (대법원)판결이 나지 않은 계류 사건이기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장 1절에 따라 방송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판정 이유를 전했다.
해당 규정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추적60분' 제작진은 "심의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의 내용 전달 직후 제작진은 담당 심의위원과 심의실장을 찾아 강력하게 항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 제작진은 "'대법원까지 가지 않았으니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결정은 전례가 없었다"며 "이미 불방이라는 결과는 정해져 있었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절차를 진행한 것 같다. 심의부서 기능이 죽은 것이 아니냐"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은 지난 8월 22일 특수잠입, 편의제공, 탈출, 회합, 정보수집 및 제공 등 국가보안법 관련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은 남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교 남매 간첩 사건',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등으로 불렸던 이 사건의 판결로 국정원은 선량한 시민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고 조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작진을 방송을 위해 3개월 여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심층 취재를 진행했고, 31일 방송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29일, KBS 시사제작국장이 갑작스럽게 "통합진보당 사태로 국정원이 예민하니, 1주~2주 정도 방송을 연기하는 것이 어떻느냐?"고 제안을 했고, 30일 방송보류판정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제작진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방송 연기 논란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주 방송은 국정원이 간첩 협의를 두고 조사했던 서울시 공무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이 주요 내용이다"며 "통합진보당 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국정원이 두 사건의 수사 주체로서 동일하기 때문에 국정원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송은 현시점에 적절치 않다'고 하지만 그것을 왜 공영방송사인 KBS가 걱정해야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