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스타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52) 일행이 3일 평양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워싱턴 외교가는 다소 황당해하는 표정이다.
민간 차원의 '농구외교'를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다는 구상은 좋지만 시점이나 모양새가 어딘지 어색하다는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인 로버트 킹 북한 인권특사의 방북 철회로 북미관계가 다시 삐걱대는 시점에서 로드먼의 방북이 이뤄진 점이 거론된다.
외견상 당국간의 공식 대화는 필요없고 '마음에 맞는' 민간인들을 상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오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로드먼의 방북이 오래전부터 예정돼있어 킹 특사 방북과는 관계없다는게 정설이지만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에 10개월째 억류 중인 케네스 배의 신병문제다.
로드먼은 중국 베이징에서 USA 투데이 기자와 만나 "나는 외교관이 아니다"라며 "친구인 김정은, 그리고 그의 가족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일단 로드먼의 방북이 배씨의 석방으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북한이 로드먼 방북을 통해 배씨를 석방할 경우 이는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코미디'로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향후의 외교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국자의 방북을 거절한 채 아무런 특사신분도 아닌 민간인을 통해 배씨를 석방할 경우 이는 양국의 외교적 신뢰관계에 큰 손상을 입힐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미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는게 없이 외교적 카드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로드먼을 통해 배씨를 풀어준다면 외교적으로 희화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배씨 문제를 공화국 반역행위로 규정하며 국가안보 문제와 연결시켜온 북한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로드먼의 재방북 성사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의 '친밀도'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석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로드먼은 지난 5월초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가 '김'이라고 부르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 나를 봐서 배씨를 석방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방북기간 김정은과 대화하는 기회가 마련될 경우 석방을 요청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를 지낸 빌 리처드슨도 지난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틀에서 벗어난 외교'(out of the box diplomacy)가 중요하다며 "로드먼이야말로 배씨를 꺼내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워싱턴 내에서는 로드먼이 방북문제를 자신의 개인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흥행'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로드먼은 지난 7월초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다음번 노벨평화상 후보 가운데 3위 내에 못 든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농구외교'를 내건 로드먼의 방북행보가 북미관계에 미묘한 기류를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