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횡성은 73기의 765송전탑이 지나가서 피해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데, 다시 새로운 765kV 송전탑이 (밀양으로) 지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주민들은 그냥 힘없이 죽고만 있습니다"
전국 송전탑 네트워크가 개최한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번 보고대회는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화와 밀양 주민들이 충남 당진, 강원 태백, 경기 가평에 있는 기존 765kV 3개 선로를 직접 답사한 결과물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밀양과 당진 등에서 상경한 주민 130여 명과 민주당,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12명, 녹색당 하승수 운영위원장과 당원들이 참석했다.
보고대회에서는 765kV 송전선로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고충, 한숨이 영상과 직접 증언을 통해 잇따라 터져나왔다.
우선 주민들은 심각한 수준의 소음 피해에 대해 설명했다.
◈ 소음과 동식물 피해, 건강상 우려 심각...부동산 가치하락, 주민간 갈등도
당진시 석문면 김종억 씨는 "안개가 낀 날이나 비오는 날 철탑으로부터 지글지글거리는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의 장형옥 씨는 "너무 시끄럽고 무서워서 밥을 못 먹을 정도"라며 "도저히 못 참겠어서 한국전력에 전화했더니 '이사가라'고 하더라"고 했다.
횡성군 청일면 김병열 씨는 철탑에서 소리나는 게 집에 까지 들린다. 비가 오고, 날이 흐리면 더 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진시 석문면 김성규 씨는 "교로리에 암사망자가 10명 이상이고, 이 가운데 3~4명이 60대 이하로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며 주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억 씨도 "송전탑과 직선거리 20m 남짓한 거리에 산다. 같은 동네에 8가구가 있는데, 동네 앞집 주민이 암으로 죽고 사촌과 작은아버지 역시 암에 걸리는 등 주변 사람이 죽으면 주로 암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동식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이후 돼지, 소 등 가축이 잇따라 유산을 하는가 하면, 줄기채소를 재배할 수 없게 되거나 곡식 수확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횡성군 청일면 김진화는 "송아지를 키우다 몇 마리를 실패했다"며 "8,9개월된 소 몇 마리가 유산됐고, 사산을 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부동산 가치 하락은 뻔한 결과였다. 용인의 한 주민은 "땅 매매는 전혀 되지 않고, 재산 가치가 없으며, 철탑이 지나간다고 하면 그냥 보지도 않는다"며 "금융기관은 철탑이 지나는 땅을 담보로 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횡성의 김진화 씨는 "우리 마을은 외지 사람들이 땅을 산 곳이 95%되는데, 안 팔려서 현지인들이 소유한 토지 5%는 모두 송전탑 지나가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이웃간의 불화로 주민 갈등과 공동체 파괴 역시 심각해졌다.
강원도 평창의 한 주민은 "이웃 간 관계가 살벌해졌다.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 간에 원수가 됐다"며 "고발 사건이 벌어지자, 한전은 '마을에 필요하다고 해서 농기구 사 주었다. 동네에서 팔아서 쓴 것은 우리는 모른다'고 발뺌했다"고 증언했다.
태백의 김동철 씨는 "보상금을 다 쓰지도 못하고, 개인적으로 보상금을 쓰지 못하게 한다"며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그 좋던 인심이 와해가 되어서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 "주민들 건강·재산·환경 피해에 대해 정밀조사해야"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는 이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6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네트워크는 "송·변전 시설 주변지역지원법만으로는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보상을 둘러싼 주민갈등만 키울 뿐"이라며 "입법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송전선로 인근 거주민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고 건강·재산·환경 피해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이번 보고대회에서 기존 765kV 선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비참한 삶이 가감없이 전달됐다"며 "밀양주민들도 고리와 신고리 등 모두 12기의 핵발전소의 송전선로가 될 가능성이 높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어서, 밀양 송전탑 공사는 중단돼야 한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