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치 이상 스마트폰이 인간공학적으로 봤을 때 한국인 체형에 불편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9일 인간공학 전문가들이 구축한 기술표준원 사이즈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손목에서 엄지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는 성별·연령별로 다르지만 평균 110∼120㎜다.
예를 들어 20대 남성의 손목-엄지손가락끝 사이 평균 길이는 116.63㎜였고, 30·40·50대가 각각 117.67·118.32·119.71㎜를 기록했다. 60대 이상은 120.05㎜였다.
여성은 20대가 평균 110.32㎜, 30대가 110.97㎜, 40대와 50대가 각각 108.69㎜와 112.98㎜였고 60대 이상은 111.17㎜로 110㎜ 안팎이었다.{RELNEWS:right}
성별·연령별 평균치 가운데 가장 높은 60대 이상 남성의 120.05㎜도 인치로 환산하면 약 4.73인치로 5인치보다 다소 모자란다.
인간공학 전문가이자 기술표준원 전문위원인 박성준 남서울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인간공학적으로 봤을 때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이 한국인에게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평균보다도 각 연령별 백분위로 보면 한국인에게 알맞은 스마트폰 크기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이즈코리아 자료에서 손목∼엄지손가락끝 사이 길이의 성별·연령별 백분위 수를 보면 한국인 남성 90∼95%와 한국인 여성 대부분이 5인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성의 경우 해당 부분의 길이가 5인치(127㎜) 이상인 사람의 수가 연령대별로 5∼10% 안팎에 그쳤고, 여성은 50대 조사 대상자 중 5%를 제외하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해당 부분 길이가 5인치 이상인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박 교수는 "해당 부분의 길이가 5인치가 되더라도 이는 제품을 가까스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이지 제품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는 아니다"라며 "애플의 창업주였던 스티브 잡스가 화면 크기를 키우지 않으려 했던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인간공학 전문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세진 박사도 "손 크기가 작은 한국인이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해당 부분의 근육을 많이 써야 해 무리가 갈 수 있다"며 "실수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제품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된 상태에서 두 손으로 조작을 하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한 손으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면 4인치대 제품보다 조작하기가 크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그러나 큰 화면을 이용하면 동영상이나 게임 등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데 이점이 있기 때문에 인간공학적으로 불편하더라도 제품이 각광을 받는 것"이라며 "시장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기업이 인간공학적인 면만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