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무역보험공사….
정년 보장의 철밥통과 대기업 뺨치는 급여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공기업(공사)들이다.
요즈음엔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며 아예 '신도 들어가기 힘든 곳'이란 수식어도 덧붙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입사시험을 모두 같은 날로 '담합'했다. 수년간 이어진 'A매치 데이'다.
A매치 데이란 다수의 축구 국가대표전이 열리는 날로 신의 직장인 이들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쟁탈전을 빗댄 말이다.
시험날짜가 겹치니 지원자들은 사실상 중복지원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왜 자유롭게 시험을 볼 자유마저 박탈하느냐'는 것이다.
올해 A매치 데이는 10월19일이다.
이 날짜는 한국은행이 먼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금융공기업들이 한은의 채용 계획을 보고 따라 하는 식"이라며 "일반 사기업들 역시 인적성 시험 등을 같은 날로 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도 벌써 한은, 금감원, 산은, 수은이 10월19일 필기시험 일정을 발표했다.
아직 채용 공고가 나지 않은 금융공기업들도 조만간 같은 날에 시험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만의 A매치 데이도 있다.
올해 4월 처음으로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이 적성검사를 같은 날 치르며 자존심대결을 벌인 것이다.
금융공기업들이 시험일을 통일하는 이유는 뭘까?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이 시험 날짜를 달리하면 실력 있는 지원자가 2~3군데 붙고 안 가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이나 금감원같이 선호가 높은 곳에서는 합격통지를 받고도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선호가 떨어지는 공기업은 한은·금감원에 합격자를 양보하는 일이 왕왕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