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가 1%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조업계에서는 여전히 시장논리보다는 손쉬운 가격억제에 기대 물가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료사진/윤성호기자)
박근혜정부가 물가를 정부 최우선 과제로 설정 집권초부터 전방위적으로 물가관리에 나서 3~4%를 넘나들던 소비자 물가가 1%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계에서는 MB식 물가관리방식을 없앤다던 정부가 여전히 시장논리보다는 손쉬운 가격억제에 기대 물가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박근혜정부 6개월 소비자물가 1%대 안정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초기인 지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3% 상승했고, 4월 1.2%, 5월 1.0%, 6월 1.0%, 7월 1.4%, 8월 1.3% 등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명박정부 말기 2~4%에 이르던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고 이명박정부 마지막해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 2.2%보다 낮아진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로 산출한 생활물가상승률은 더 낮다. 3월 0.8%, 0.7%, 0.2%, 0.3%,
0.9%, 0.8%로 매달 1%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낮다.
전세값을 제외한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등 대부분 물가지수가 개선된 상황이다.
새정부 들어 물가가 안정된 데는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2일 "거시적으로 국제유가가 안정됐고 세계적인 불황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데서 물가 안정세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가지는 새정부가 강력한 물가잡기 드라이브를 건 것이 약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정부에 지시했었다. 이때부터 정부는 가격인상 억제 등 대대적인 물가잡기에 나섰다.
정부관계자는 "막상 물가가 올라갈 때는 편승효과라는 게 있다"면서 "예를들어 밀가루 가격이 50원 올랐는데 짜장면 값은 200~300씩 올리는 편승효과가 없을 수 없는데 정부가 나서서 물가를 관리하면 함부로 물가를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위적 가격억제 서민경제 부메랑"인상요인이 있어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제조업계는 답답하다. 대표적인 곳이 식음료 제조업체들이다. 전기전자조선 등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식음료 업체들은 2~4%에 불과할 정도로 이익률이 낮아 인상요인을 현실화하지 못하면 당장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가 무서워 가격을 올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지난 1월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일제히 올려 빵과 과자 등 밀가루가 원료인 제품은 인상요인이 있지만 눈치만 보는 식이다.
업계관계자는 "집권초에는 특히 가격을 못올린다. 미운털 박힌다. 경제민주화 이런 것도 있고 해서 더 몸을 사리고 참는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정권교체기인 지난 2월 포장을 좀 바꿔 계열사의 빵값을 올렸다가 여론의 비난에 밀려 철회한 적이 있고 지난 정권에서는 제일제당이나 풀무원, 일부 주류회사가
가격을 올렸다가 원상회복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인상이 어렵다.
업체들은 당장은 정부의 시퍼런 서슬에 눌려 있지만, 조만간 가격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주로 연말연시나 정권교체기 등 어수선할 때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잦다.
이명박정부 말인 지난 1,2월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린 적이 있고 또 매년 연말 가격이 많이 올라온 것이 업계의 관행 처럼 돼 있다. 이때 너도나도 가격인상대열에 동참하기 때문에 분산해 인상할 때보다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주류업체 직원 A씨는 12일 "물가억제나 명절때 돈을 공급하는 등의 정부역할은 이해한다"면서도 "인위적인 가격통제에 눌린 가격은 나중에 한꺼번에 반영할 수 밖에 없어 언젠가는 서민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