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소식에 추석을 앞두고 먹을거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주부들이 이번 차례상으로 ‘생선 빠진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 평소 같으면 고민 없이 조기나 도미 등을 올렸겠지만, 이번엔 고민 끝에 생선 없이 차례상을 준비한다는 주부들이 많다.
서울 영등포동에 사는 주부 강인애(57) 씨는 “차례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며 “옛날부터 조기, 병어, 돔 등의 생선을 제사상에 올렸지만 이번엔 꼭 사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에서도 가족들과의 명절 식사 자리에 생선 요리는 내지 않겠다는 주부들도 많았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영재(58) 씨는 “갈치나 고등어를 추석 때 자주 먹고 도미는 찜도 했는데 이번엔 안 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의심스럽고 불안해서 생선은 안 사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공덕동에 사는 주부 이명희(49) 씨도 “동태나 북어는 거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라더라”며 불안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명절인데 생선 요리가 있어야지’ 싶어 생선을 구매한 주부들도 수산물의 떨어진 인기에 덩달아 내려간 가격을 보며 불안해했다.
서울 오류2동에 사는 주부 김소자(63) 씨는 “꽃게가 항상 1kg에 1만 3000원쯤 했는데 이번엔 1만 원짜리도 있고 9000원짜리도 있다”며 “괜찮겠지 싶으면서도 떨어진 가격을 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명절 대목’, ‘차례상 대목’을 기대한 상인들도 울상이다.
추석을 앞두고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일본에서 날아온 방사능 오염수 유출 소식에 한산해진 시장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사진=CBS노컷뉴스 전솜이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동태를 파는 상인 정모(54·여) 씨는 “원래 명절에 동태를 엄청나게 사러 왔는데 이번엔 손님이 뚝 끊겼다”며 “새벽시장에 가득하던 중간 상인들도 뜸해졌다”고 말했다.
영등포시장에서 7년째 생선을 팔았다는 한 상인은 “예년과 다르게 사람들이 꺼리는 게 느껴진다, 갈치, 고등어만 해도 가격이 떨어졌다”며 “기본적인 차례만 한다는 거 같다, 생선을 굳이 제사용으로 많이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방사능 불안은 추석을 맞은 전국의 식탁뿐 아니라 선호하는 선물 세트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추석 선물 중에서도 한우와 함께 인기를 누리던 굴비는 물론, 갈치나 옥돔 등의 선어(鮮魚) 세트에 대한 선호도 역시 확 떨어진 것.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 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모(49) 씨는 “방사능 오염이 신경 쓰여 굴비 선물은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주부 김순영(48) 씨도 “얼마 전 집에 옥돔 선물 세트가 들어왔는데 괜히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추석 선물 세트 판매 동향에서도 이런 추세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관계자는 “원전 여파로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한우세트 수요가 늘었다”며 “수산물 세트 수요 감소가 지속되면서 일반 선어 매출이 19% 감소세에 있다”고 밝혔다.
수산물 추석 선물 세트 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수산물을 꺼리는 분위기를 뒤엎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수산물의 경우 참굴비 10마리는 지난해보다 2.2% 하락한 평균 29만 8000원 정도며, 옥돔 3kg도 지난해보다 12.8% 하락한 25만 649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물가협회 관계자는 “두 품목 모두 지난해보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일본 방사능 유출 사고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퍼지면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