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7일 귀성객들에게 배포한 정책홍보물이 지나치게 상대당을 비난하고 정쟁을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을 방문해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누가 적을 국회에 들였습니까?'라는 정책홍보물을 배포했다.
4쪽짜리의 이 홍보물 1면에는 '누가 적을 국회에 들였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박영선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을 잡고 있고, 이들과 함께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서 있는 얼굴이 나온다.
사진 아래에는 "2011년 박원순 서울 시장 후보 홍보 동영상 중"이라고 출처를 설명하면서 "야권연대 협상을 통해 민주당으로부터 지역구 후보를 다수 양보받은 통합진보당은 이듬해 2012년 치러진 총선에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13명을 국회에 입성시켰다"고 쓰여 있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진보당은 물론 지난 총선에서 정책연대를 맺었던 민주당까지 겨냥한 것이다.
2쪽에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이석기 죄보다 국정원 죄가 더 크다'며 종북을 두둔했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의 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대선불복하고 장외투쟁하는 무책임한 정당" 등 민주당을 향해 "경고해주십시오"라는 문구를 실었다.
장외투쟁을 하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향한 날선 비난도 이어졌다.
하단에는 김 대표의 노숙투쟁 사진과 함께 "한길 오빠, 노숙하고 사진 찍고 가실게요"라는 문구와 "네티즌들이 '이게 노숙이냐, 캠팽이지?'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을 실었다.
또 "여의도 연구소 여론조사 국민 70% 민주당 장외투쟁 반대"라는 설문 결과도 적시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맞이 정책홍보물 27만부를 제작했다"며 "축구 경기의 레드카드와 옐로카드 이미지를 활용해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겨눈 종북세력에게는 단호히 퇴장을 명하고, 종북세력과 연대한 야권에는 강력한 경고를 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홍보물의 의도를 설명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추석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하지만 서울역에서 배포물을 받은 시민들은 쌩뚱맞다는 반응이었다.
이모(32)씨는 "종북세력이 문제라고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어제 3자회담까지 결렬되고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는 시점에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