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제3차 양적완화(QE3) 조치를 일단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월말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양적완화 조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된 이후 계속된 '뜸들이기'가 이번 달에도 이어진 것이다.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이 현재 월 850억달러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700억~750억달러 규모로 줄이는 양적완화의 '단계적 출구전략'을 예상했기 때문에 이날 연준의 발표는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 대내외 악재 여전…"안심할 단계 아니다"
연준이 출구전략을 늦춘 것은 우선 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지만 고용과 소비, 성장 등의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 왜곡 등 양적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를 섣불리 축소·중단하기에는 회복세가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자산 매입의 속도를 조정하기에 앞서 최근의 회복세가 유지될 것임을 확인하는 더많은 증거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전반적인 경기판단에 대해서도 "최근 경제활동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했다"고 밝히면서 지난 7월 "경제활동이 점진적인(modest)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실상 유지했다.
연준은 또 이날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2.3~2.6%에서 2.0~2.3%로 소폭 하향조정했다.
특히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의 상승과 연방정부 지출 삭감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경제성장 둔화 및 노동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올초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부동산시장을 끌어올리면서 전반적인 경제회복세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런 효과를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연방정부 자동지출 삭감(시퀘스터·sequester)에 따른 경기 하방효과도 무시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당분간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양대 정책목표가 '방어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제로(0)' 수준인 정책금리의 인상조건으로 제시한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2.5%가 모두 충족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인식이다.
◇"출구전략 불가피" 10월·12월 회의결과 주목
그러나 최근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채권매입이 더이상 큰 효과가 없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데다 벤 버냉키 의장이 현 임기를 끝으로 내년 1월 퇴진하는 게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출구전략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 6월 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스스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오는 10월(29~30일)과 12월(17~18일) 등 올해 두차례 남은 FOMC의 결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르면 10월말 회의에서 주택담보부채권(모기지채)는 그대로 두면서 국채의 매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개시하되 초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말 미국 정치권의 내년도 예산안 및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협상과 시리아 사태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연준의 결정에 다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