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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악 강수에 南도 강경대응…"대북정책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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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최악 강수에 南도 강경대응…"대북정책 조절해야"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밝힌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관계자가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둔 21일 행사 연기를 발표한 데 대해 우리 정부 역시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모처럼 조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가 대결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의 대북정책도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이날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통보한 데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당초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묶어 처리하려던 북측 계획은 우리 정부의 분리 대응으로 무산된 상태였다. 여기에 다음 달 2일 예정된 관련 실무회담에서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북측이 이날 행사 연기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북측은 우리 정부가 금강산관광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최악의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측이 내란음모 의혹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이나 김관진 국방장관의 자극적 발언 등을 문제삼긴 했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부차적인 장치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북측이 성명에서 이산가족 행사 재개 여건으로 밝힌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북한이 이같은 요구와 우리 정부의 입장 사이에 접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이산가족상봉행사-금강산관광 회담 팩키지화에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고, 금강산관광 회담이 진행되더라도 재발방지 보장과 피격사건 사망 등 선결조건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금강산관광 재개가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노출되는 등 박근혜 정부가 기본적으로 금강산관광에 부정적이라는 메시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북한이 압박용으로 강수를 두자, 우리 정부는 여기에 다시 강하게 맞섰다. 이날 오후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나온 성명을 봐도, 정부 입장이 북한 못지 않게 강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명은 북한의 일방적 행사 연기를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북측이 '단호하고 결정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응징과 국제적 제재만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등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한 일련의 성과에 대해 상당부분을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보고 있는 만큼, 이런 식으로 한번 정한 입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외교안보 정책에 많이 의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성사시키고 남북관계 파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행사 연기를 강행한 데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데, 이를 무시하고 우리 정부가 원칙만 강조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6자회담 재개 입장을 밝히는 등 최근 북한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만 북한을 멀리할 경우 효과도 없을 뿐더러 주도권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북한이 최근 몇달간 우리 정부에 고분고분했던 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원칙만 강조하다가는 필요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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