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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 정치인 박근혜·메르켈, 닮은 듯 다른 꼴

대통령실

    두 여성 정치인 박근혜·메르켈, 닮은 듯 다른 꼴

    정치이력-패션스타일-정책 닮았지만 리더십은 달라

    사진=청와대 제공

     

    독일 총선에서 집권 기독교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이 승리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을 확정지었다는 소식이 한국사회에서도 화제다.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라는 타이틀을 이미 거머쥔 메르켈 총리는 이번 총선승리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넘어 유럽 최장수 여성총리가 될 예정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유럽 국가의 총선 결과가 이처럼 우리 사회에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같은 그의 특별한 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르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올리게 되는 또 한사람 때문이다.

    ◈ 정치이력, 패션스타일, 정책까지 닮은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같은 여성정치인이자 이공계 전공자, 비슷한 연배 등이 대표적인 닮은 꼴이다.

    심지어 튀지 않는 수수한 단색의 바지 정장을 즐겨입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머리모양 등 패션스타일까지 닮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당시 박 대통령이 야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복지확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왔을 때는 누구나 원전 폐기, 가정복지 정책 강화 등 좌파 정책을 끌어안은 메르켈 총리를 떠올렸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파산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 당시 주변국들의 빗발치는 지원확대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구조개혁과 긴축재정을 선(先) 요구하며 버틴 그의 뚝심을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3선에 성공하고 박 대통령이 취임 7개월을 맞은 현재 두 정상이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 집권이후 확연히 다른 리더십 보여준 두 정상

    집권이후 성과면에서 본다면 이미 8년동안의 집권한 메르켈 총리와 아직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박 대통령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집권기간 두 사람이 보여준 리더십은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좌우성향을 불문하고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의 승리 요인을 '무티'(Mutti)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무티는 독일어로 엄마의 애칭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촌스러운 아줌마'라는 비아냥거림도 섞여 있는 표현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안정을 중요시하고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관리형 리더십'을 보여준 메르켈의 통치스타일에서 따온 별명이다.

    '엄마'라는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진영논리에 얽매이기 보다는 통합을 중요시하고 스스로의 내세운 원칙에 발목이 잡히기 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무티 리더십의 또 다른 모습이다.

    특히, 최고 권력자이면서도 반대파에 먼저 다가서 설득하는 그의 모습에 대해 좌파 성형의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권력을 가진 것을 특별하지 않은 일로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 朴대통령, 대선 당시 보인 '국민대통합' 실종 아쉬움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봉하마을을 찾은 것과 이희호 여사를 만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대선이 9개월여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을 평가하는데 있어 '국민대통합'을 언급하는 이는 거의 없다.

    2007년 남북정상 대화록 공개로 시작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한 국정원 문제로 대선 전보다 진영간 대결은 더 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장외투쟁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격렬하게 투쟁하는 야당을 끌어안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복지확대와 경제민주화 등 전통적으로 야당에게 속했던 정책들을 선점했지만 현재는 공약후퇴 논란을 빚고 있고 이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라는 원칙론에 갖혀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더해 한편에서는 양건 전 감사원장 자진사퇴 과정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등에 대처하는 모습 등에서 권력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를 두고 나온 '닮은꼴'이라는 평가는 이제 구문(舊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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