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케냐 쇼핑몰 테러사건은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단체인 알샤바브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안보 관계자들은 알샤바브의 외부 작전조직이 수주 혹은 몇 달전 소말리아에서 테러 계획을 만들었고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팀이 표적인 웨스트게이트 쇼핑몰과 함께 조심스럽게 선택됐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러범들이 쇼핑몰의 환풍구 위치까지 담은 설계도를 연구했고 테러 예행연습까지 가졌으며 문제의 외국인팀이 빈틈이 많은 케냐 국경을 통해 몰래 입국했다는 게 이들 관계자의 얘기다.
미국 당국자들은 테러가 벌어지기 하루 이틀 전에는 탄띠가 달린 화력 좋은 기관총이 쇼핑몰로 반입돼 한 상점에 숨겨졌으며, 이 과정에서 테러를 공모한 쇼핑몰 내부 직원의 도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테러범 중 최소 1명은 여벌의 옷을 챙겨왔으며 공격이 실행된 뒤 아수라장 속에 시민들과 함께 쇼핑몰을 빠져나갔다고 이들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수집한 정보 보고서와 목격자 증언, 가로챈 이메일 등을 토대로 케냐 쇼핑몰 테러 음모를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안보관계자는 테러범들이 쇼핑몰에 공범은 물론 테러에 사용할 무기들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며 테러가 면밀히 준비된 행동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국자들은 테러범들이 케냐 내 안전가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테러에 사용된 무기가 부피가 큰 중화기였다고 목격자들이 전하고 있는 데다 무기 또한 미리 숨길 장소가 필요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테러범들이 케냐 경찰이 사용하는 G3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패한 관리와 테러범들 간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당국자는 테러에 사용된 기관총을 거론하며 "(쇼핑몰) 문을 통해 공용화기 같은 것을 들여오지는 않는다. 사전에 미리 준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테러범들이 범행 초기 인질들에게 각각 따르는 종교를 물어 이슬람 신자들을 살려준 배경에 알샤바브의 조직 내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알샤바브의 강경 지도자인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는 동료 무슬림마저 무자비하게 살해해 근거지인 소말리아에서조차 대중적 인기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평소 고다네의 잔혹함을 비판해 온 미국 출신의 이슬람 전사인 오마르 하마미가 2주 전 내부 다른 분파에 의해 살해되면서 조직 안팎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전해졌다.
쇼핑몰에 갇혀 있던 이슬람 신자들에게 '종교적 은혜'를 베풀어 알샤바브가 그리 잔혹한 조직은 아니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려 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연구원인 스티 한센은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조차도 고다네가 너무 냉혹하다는 비판을 했다"며 "이번 공격은 고다네가 '봐, 나 아주 잔혹하지는 않지'라고 말하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