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송은석기자)
박근혜정부의 복지 공약 핵심인 '기초연금' 공약이 결국 파기됐지만, 그 직접 수혜대상인 노년층은 의외로 차분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며 노인들의 표심을 공략했지만, 취임 7개월 만에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10~20만원까지 차등지급한다'는 방안으로 후퇴했다.
믿었던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비난할 법도 하지만, 25일 서울 강남 지역에서 만난 노인들은 "그래도 박근혜"를 외쳤다. 나라 재정이 어렵다면 국민이 그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복지관에서 만난 여모(65) 씨는 "물론 공약대로 이행이 되면 좋겠지만 만약 이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차등지급해도 된다"고 말했다.
전직 교수였다는 최모(78) 씨도 "박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하는데 세금 올리면 국민들이 또 난리칠 것 아니냐"면서 "선거공약은 꼭 지켜야하는 것이지만 도저히 상황이 안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약 이행과 상관없이 무조건 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서는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삼성동의 한 까페에서 만난 박모(73) 씨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라며 "야당은 지금까지 공약 내세운 거 100% 다 지켰다고 말할 수 있느냐. 정부 비난 여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장모(72) 씨도 "박 대통령이 한다면 옳은 것"이라며 "정부에서 결정했다면 국민은 믿고 따라야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간혹 있었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쓴소리를 내는 '어르신'들마저도 "박근혜는 괜찮다"는 결론으로 수렴됐다.
강남의 한 공원에서 만난 정모(83·여) 씨는 "나라에 돈이 부족하다는데 수많은 노인한테 어떻게 그 돈을 다 주냐"며 "지금 9만 5000원 받고 있는데 더 올려주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 돈만 해도 감사하고 더 올리지 않는 게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에 있던 진모(75·여) 씨도 "노인들에 그 돈 다 주면 나라 망한다"면서 "복지 외치다가 나라 망할일 있느냐"고 연신 혀를 찼다.
비단 65세 이상 노인들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의 중장년층들도 박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 이행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모를 모시고 강남의 한 병원을 찾은 오모(52·여) 씨는 "차등지급이 당연한 것 아니냐. 지금 무상급식으로 학교 급식 엉망인 것도 마음에 안 든다"며 "공약 이행이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다 퍼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