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에서 추출한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을 기반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분리해 낼 수 있는 기술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해 냈다.
화력발전소나 제철,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수백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원인이 돼 산업화 과정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이런 설비들에서 공기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배기가스 가운데 CO2를 골라 뽑아 내고 이를 압축해 지하에 묻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는 흡수제로 액체를 사용하는 습식이나 고체를 쓰는 건식과 함께 고분자 물질로 된 필름 형태의 막을 사용할 수 있다.
액체를 이용하는 습식의 경우 이산화탄소 1톤을 모으기 위해 60달러에서 80달러까지 비용이 들고 그만큼 전기요금이나 철강값, 시멘트 값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흑연에서 뽑아낸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이용해 CO2를 걸러내는 분리막을 이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1톤을 거르는데 20달러 이하가 들어간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산화탄소를 거르는데 톤당 20달러 이하만 되면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박호범 교수팀은 이런 점에 착안했다.
값이 싸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흑연의 한 면을 떼어낸 '그래핀'과 그 유도체를 얇은 층으로 만들어 분리막을 만들면 거대한 공장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가운데 이산화탄소만을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그래핀은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 기체와 이온, 물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성질을 갖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그래핀으로 분리막을 만들면 이산화탄소를 걸러 낼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부분을 평가했다.
또 이렇게 흑연에서 추출한 그래핀을 활용한 분리막은 기존의 고분자 물질을 이용한 분리막에 비해 1,00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그래핀을 분리막의 지지체에 결합시키는데 독성이 강한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대신 물에 녹여 쓸 수 있어 그만큼 비용도 줄고 대량생산이 쉽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RELNEWS:right}박호범 교수는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적용한 신규 분리막의 원천 소재와 분리막 제조기술까지 확보해 향우 2-3년안에 조기 상용화와 사업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는 오는 2016년 분리막 시장이 3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해당 성과가 이산화탄소 분리나, 해수의 담수화, 수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상용화되면 수조원의 매출효과가 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추가연구를 통해 도출된 성과에 대한 실증을 조속히 완료하고 기술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4일 새벽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