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범을 태운 택시기사가 경찰과 친구인 것처럼 전화 통화하며 경찰서로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기지를 발휘한 덕에 사건 발생 20여 분만에 피의자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술 취한 남성을 때리고 이 남성의 지갑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임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임씨는 전날 오전 2시50분께 중구 회현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술에 취한 남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쓰러뜨리고 현금 30여만 원이 들어 있던 지갑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지만, 범행 장면을 목격한 시민이 임씨가 탄 택시의 차량번호를 외워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택시회사를 확인했고 회사에 연락해 현재 해당 차량을 운전 중인 택시기사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확보했다.
경찰관은 택시기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목적지 근처의 파출소나 경찰서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택시기사는 마치 친구와 통화를 하는 듯 반말로 "홍제동 쪽으로 가고 있어"라며 경찰관에게 이동 방향을 알렸다.
택시기사는 녹번파출소로 차를 몰았지만, 임씨는 자신의 목적지인 녹번동과 방향이 같았기 때문에 큰 의심을 하지 못했다.
택시기사는 오전 3시10분께 다른 이유를 둘러대며 녹번파출소 앞에 차를 세웠고 결국 임씨는 택시를 뒤쫓아온 남대문경찰서 강력팀 형사에게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가 신속하게 차량번호를 보고 신고해줬고 택시기사도 침착하게 대응해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