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임의동행한 시민을 파출소 문을 잠근 채 현행범으로 체포해 논란이 예상된다.
7일 강남경찰서와 압구정 파출소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11시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한 술집에서 압구정 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업주 A 씨를 찾아와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경찰은 "일반 음식점에서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술을 파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며 A 씨를 파출소로 데려가 해당 사실을 추궁했다.
그러나 A 씨가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자 경찰은 파출소 문을 잠근 채 A 씨를 현행범 체포했으며 4일 새벽 1시쯤 사건을 강남경찰서 경제팀에 인계했다.
경찰은 "임의동행해 A 씨를 데리고 왔는데 혐의를 부인해 그냥 보낼 수 없었다"며 "강남경찰서에 문의해 보니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업주를 체포해야 한다고 해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는 범행이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 범행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체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A 씨를 업소에서 300m 떨어진 파출소까지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이다 A 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한 시간 뒤 파출소 문을 잠근 채 감금 상태에서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행범 체포가 파출소 내에서 이루어진 이유에 대해 압구정 파출소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위반은 중대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임의동행으로 한 것"이라며 "시인만 했으면 보냈을 텐데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선의 경찰들은 압구정 파출소의 현행범 체포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선의 한 수사관은 "임의동행은 상대방의 동의를 먼저 구하는 것인데, 임의동행해 놓고 혐의를 부인한다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하는 것은 몰라도 임의동행으로 데려다 놓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행위는 잘못됐다"고 못박았다.
◈ 변호사 접견도 막아..."경찰이 불법체포감금 자행"
이와 함께 경찰은 A 씨가 변호인을 접견하는 것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전화를 받고 달려온 변호사가 A 씨 접견을 청했지만 경찰은 "우리 일에 방해가 된다"며 파출소 문을 잠근 채 접견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
해당 변호사는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자체를 침해하고 직권을 남용한 경찰에 대해 형사 고소 등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같은 체포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서보학 소장은 "현행범 체포의 구성 요건이 해당되지 않는 상황에서 퇴거할 자유까지 침해한 건 경찰이 체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