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는 두산의 경계 대상 1호다. (윤성호 기자)
두산이 2~3점 차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 위기. 홈런 한 방이면 경기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타석에는 넥센의 4번 타자 박병호가 섰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볼 수도 있는 그림이다. 과연 두산 김진욱 감독은 박병호와 정면 승부를 펼칠까. 아니면 밀어내기로 1점을 주더라도 투수에게 고의 사구를 지시할까.
정답은 '박병호는 거른다'다.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 37개로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타점(117개), 득점(91개), 장타율(6할2리)까지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홈런, 타점, 장타율을 2년 연속 휩쓸며 올해도 가장 강력한 MVP 후보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가 바로 박병호다.
8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가장 경계하는 선수도 박병호다. 특히 지난달 29일 목동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치기도 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박병호에게 홈런 3개를 맞고 충격이 좀 컸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홈런 3개의 비중이 크기 않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박병호에게 절대 맞으면 안 된다"면서 "정면 승부는 하겠다. 하지만 박병호가 칠 수 없는 곳으로 던지도록 투수들에게 지시하겠다"고 박병호 경계령을 내렸다.
두산 주장 홍성흔 역시 "확실히 목동야구장이 작다. 박병호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항상 결승타, 결승 홈런을 친다. 뒷 타자 강정호, 김민성을 조심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목동에서 박병호는 내가 봐도 걸러야 한다. 목동에서는 그냥 보내야하지 않겠냐"고 박병호의 한 방을 인정했다.
일단 박병호는 무리한 타격을 자제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병호의 뒤에도 김민성(홈런 15개), 강정호(홈런 11개), 이성열(홈런 18개) 등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두산에서 정면 승부를 하지 않을 경우 찬스를 이어주겠다는 복안이다.
박병호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실투가 오고, 승부가 오면 과감하게 타격을 하겠다"면서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내 뒤에 있는 선수들도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거르거나 어렵게 승부하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넌트레이스와 마찬가지로 박병호가 넥센 타선의 중심을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넥센의 중심을 이끌었 듯 올라가서도 남들이 다 인정할 수 있는 중심타자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면서 "내가 안 된다고 흔들리면 팀도 흔들린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많은 타점을 올려서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면 승부를 예고한 김진욱 감독도 박병호를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바로 두산이 2~3점 차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 상황이다. 김진욱 감독도 질문이 나오자마자 "거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박병호는 두산에게 무시무시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