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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건' 김동현(32, 부산팀매드)에게 1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29' 에릭 실바(29, 브라질) 전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김동현은 2라운드 3분 1초경, 강력한 왼손 카운터펀치로 경기를 끝냈다. 이 한 방으로 생애 첫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상금 5만달러)도 받았다. UFC 통산전적은 9승2패(1무효)가 됐다.
그러나 경기 전까지 김동현의 펀치 KO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김동현의 UFC 승리공식은 타격이 아닌 그래플링이다. 그동안 탄탄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넘어뜨린 후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으로 맞서왔다. 상대 등에 업혀 매달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그는 격투기 팬 사이에서 '매미'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하지만 2008년 UFC 진출 전까지만 해도 김동현의 주특기는 타격이었다. 일본무대에서 뛸 당시 큰 키(185cm)와 긴 리치를 활용한 타격으로 상대를 번번이 KO시켰다. '스턴건'(전기충격기)이라는 닉네임도 이때 생겼다. 그의 펀치에 맞아 쓰러지는 상대 모습이 전기충격기에 당해 힘없이 넘어지는 장면을 연상시킨 때문이다.
사실 그라운드 싸움에 치중하는 김동현의 경기 스타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팬들이 적잖다. 이들은 '김동현 경기는 지루하다'며 폄하하기 일쑤다. 화끈한 타격전이 벌어지는 경기보다 '보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김동현과 경기 스타일이 유사한 존 피치와 오카미 유신이 퇴출되는 등 UFC 내부에서도 그래플링 위주 파이터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김동현은 이날 촉망받는 신예 파이터 실바에 실신 KO승을 거둠으로써 '반쪽짜리 선수'라는 오명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퇴출 공포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닉네임(스턴건)을 바꾸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맘고생을 했던 김동현은 5년 만에 가동된 '스턴건' 덕분에 마침내 활짝 웃었다. 이번 승리가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