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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펜 자청한 니퍼트, 두산 에이스의 품격

    더스틴 니퍼트. (자료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김진욱 감독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우리는 내일이 없는 팀"이라고 총력전을 예고하면서도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의 불펜 대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1, 2차전에서 호투한 선발 투수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두산이 2-1로 앞선 8회초. 데릭 핸킨스를 대신해 니퍼트가 터벅터벅 마운드로 걸어올라왔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6이닝 3실점, 투구수 108개) 이후 나흘 만의 등판이었다.

    패하면 시즌이 끝나는 위기의 순간. 니퍼트가 등판을 자청했다.

    사실 니퍼트는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김진욱 감독에게 "불펜에서 대기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만약 등판한다면 이틀 휴식 후 등판이었다. 당연히 김진욱 감독은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게다가 니퍼트에게는 포스트시즌 불펜 등판의 악몽도 있었다. 니퍼트는 지난해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뒤 4차전에 불펜 등판했다. 하지만 3-0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3실점하며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탈락을 지켜봐야했다.

    그럼에도 니퍼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불펜 대기를 요청했다. 김진욱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게다가 8회초 이택근을 시작으로 박병호, 김민성까지 넥센의 클린업 트리오를 만났다. 핸킨스가 호투했지만 힘으로 압도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고민을 접고,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욱 감독은 경기 후 "니퍼트가 등판을 자청했다. 연습 때부터 무조건 불펜에 들어간다고 했다. 어차피 불펜 피칭하는 날이라면서 불펜에 들어갔다. 결과가 좋았다"면서 "넥센 중심 타선을 상대로 힘있는 투수가 좋을 것 같았다. 작년 니퍼트는 내가 못 바꿔준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넥센 타선을 확실하게 막았다. 선두 타자 이택근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홈런왕' 박병호를 내야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김민성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요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한숨 돌린 니퍼트는 9회를 삼자 범퇴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챙겼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이어 4차전도 선발 등판했다. 커쇼는 "만약 감독이 원하면 언제든 나갈 것이다. 내가 불펜으로 나가길 원했더라면 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바로 팀의 에이스라는 책임감이었다.

    불펜 등판을 자처한 니퍼트 역시 커쇼와 똑같은 생각이다. 두산의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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