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15일(한국시각)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이 잠정적으로 합의한 예산안에 대해 공화당 중심의 하원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이 디폴트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이어온 협상을 통해 이날 오전 잠정안에 합의했다.
잠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 15일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예산안을 제출해 정부폐쇄 사태를 끝내며 국가부채한도도 내년 2월 7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케어 가입자에 대한 소득을 검증하며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인 '오바마케어 전환 수수료'도 연기하기로 했다. 전환수수료는 오바마케어 가입 초기 일부 보험상품에 중증질환자 등이 몰리는 위험을 재보험 형태로 분산시키는 장치로, 직원들에게 오바마케어를 제공하는 기업체등은 직원 1인당 연간 62달러 정도를 내야 한다.
이같은 잠정안에 대해 백악관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없이 "상원의 합의 움직임에 고무됐다"고 밝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상원의 잠정합의안 대신 하원 자체적으로 예산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베이너 의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바마케어가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이 제시한 하원안은 예산안과 국가부채한도 상향조정안의 경우 상원 잠정 합의안과 동일하지만 오바마케어 관련 세금을 2년 연기하고 대통령과 의원들에 대한 오바마케어 정부지원금을 없애는 것과 함께 국가부채한도가 소진됐을 경우 재무부가 쓸 수 있는 '예외적 조치'을 없애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베이너 의장 안에 대해 "오바마케어를 개선하기 위한 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지만 정부폐쇄를 해소하기 위해 티파티에게 몸값을 지불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베이너 의장의 예산안은 하원 내에서 조차 통과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예산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270표가 필요하지만 공화당내 강경세력이 티파티 세력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베이너 의장이 상정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원의 합의안이 하원의 반대에 부딪히고 하원의 자체안도 공화당 내부는 물론 백악관과 상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디폴트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이틀 동안 양원의 민주,공화당이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조문화 작업과 상,하원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적 문제에 이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만큼 미국이 '기술적'으로 디폴트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