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의 프로 2년차 가드 박병우 (사진 제공/KBL)
"다음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가드 박병우(24,186cm)는 최근까지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시즌 개막을 열흘 남겨두고 원 소속팀 서울 삼성으로부터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들었다. 센터 김명훈과 유니폼을 바꿔입고 원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과정이 유쾌하지는 않을 만도 했다. 임대 형식의 트레이드였기 때문이다. KBL 규정에는 임대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2014-2015시즌이 끝나면 두 선수를 원 소속팀으로 복귀시키기로 두팀 사이에서만 합의가 이뤄졌다.
물론, 동부와 삼성은 두 선수의 적응 여부에 따라 다시 팀을 옮기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임대 형식의 이적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마당에 돌아갈 곳이 있는 선수들이 과연 새로운 환경에서 제대로 집중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박병우는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2시간쯤 지나 그런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전혀 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동부가 있는 한 여기가 내 팀이라는 생각만 하고있다. 이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 다음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이 남다른 박병우는 개막 3경기 만에 동부의 보물로 떠올랐다. 16일 오후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10점, 2어시스트를 올리며 동부의 77-67 승리를 이끌었다.
LG가 53-48로 추격한 4쿼터 초반 박병우가 성공시킨 3점슛은 LG에게 뼈아픈 한방이었다. 이처럼 고비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병우다. 동부는 개막 3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박병우의 LG전 출전 시간은 무려 31분이 넘었다. 이적 2주만에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충희 감독은 박병우의 빠른 적응력을 높게 평가했다. "굉장히 영리한 선수라 말을 금방 알아듣는다. 농구 센스가 있어 뭐든지 금방 소화한다"고 말했다.
박병우는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형들이 잘해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형들이 하라는대로 하고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