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청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예고한 26호 태풍 '위파'의 영향으로 16일 일본 간토(關東) 지역과 주변 섬에서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에서 120km 떨어진 이즈오섬(伊豆大島·도쿄도 소속)의 오시마(大島)마을 등지에서 이날 오후 9시12분 현재 1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43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사망·실종자가 다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즈오섬에서는 오전 3∼4시 사이에 1938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당 122.5㎜의 비가 내리는 등 24시간 강수량이 800mm를 넘었다.
폭우의 영향으로 섬 중앙 산 사면을 타고 토사와 나무 등이 섬 서부로 밀려들면서 마을을 덮쳤다.
NHK가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사면에 자라고 있던 대규모 삼림이 통째로 뽑혀 나가 맨땅이 그대로 드러나 산사태의 규모를 실감하게 했다.
인구 8천 명인 오시마 마을은 강물 범람과 토사 붕괴로 주택 수십 채가 무너졌다. 시신은 강 하구와 주택 붕괴지역에서 발견됐다.
이즈오섬에 자위대 헬기 부대가 파견돼 경찰 기동대 등과 함께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쿄도 마치다(町田)시에서는 40대 여성이 하천에서 물에 떠내려가다 결국 숨졌고 가나가와(神奈川)현 니오미야(二宮) 마을 해안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2명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지바(千葉)현 나리타(成田)시에서는 산사태로 집안에 흙이 들어오자 주변을 살피러 나간 56세 남성이 실종됐다.
NHK는 이날 오후 8시 현재 전국에서 17명이 사망하고 94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강한 비바람 때문에 간토 지역을 중심으로 열차 운행 중지가 잇따랐고 항공편 결항도 속출했다. 지바현의 약 2만 가구를 포함, 각지에서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관저 위기관리 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한 데 이어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국가 공안위원장이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한편 기상청이 이즈오섬에 전날 오후 호우경보를 발령하긴 했지만, 규정에 명시된 기준에 묶여 특별경보를 내리지 않은 것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이즈오섬의 강수량 자체는 호우 특별경보 수준이었지만, 폭우가 내린 지역의 범위가 1개 부(府)나 현(縣) 정도에 해당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특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오염수 저장 탱크를 둘러싼 보에 고인 물이 넘치려고 하자 16일 오전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나서 보 안의 물 40t을 단지 내부에 방류했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 농도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치를 밑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