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를 재개하고 국가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회피하기 위한 미 정치권의 합의안이 상하원 모두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16일간 문을 닫았던 연방정부가 다시 재개되고 18일(한국시각)로 다가왔던 디폴트 위기도 모면하게 됐다.
미 하원은 17일 연방정부 재개와 국가부채한도 상향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원의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5표, 반대 144표로 통과시켰다.
이날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공화당 의원 90여명도 이에 합세해 가결 정족수인 270표를 무난하게 넘겼다.
이에 앞서 상원도 같은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1표, 반대18표로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즉시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즉시 받아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폐쇄 16일만에, 디폴트 위기 2시간 30여분을 남겨 놓고 국정이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번 법안은 지난주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백악관 간의 회동이 실패한 뒤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주도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내온 합의안이다.
내년 1월 15일까지 정부예산을 한시적으로 배정하며 내년 2월 7일까지 국가부채한도를 연장하되 오는 12월까지 양당 협상팀을 구성해 향후 10년간 재정상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폐쇄 사태를 몰고온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가입자의 소득검증을 강화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연간 소득 4만 6천달러 이하의 소득자에게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이를 노리고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행위를 철저히 가려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17일부터는 그동안 폐쇄됐던 연방정부 기관들이 문을 열고 강제무급휴가를 떠났던 공무원들도 일터로 복귀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부채한도가 상향조정되면서 재무부는 그동안 중단됐던 국채 신규발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반복되고 있는 미 정치권의 예산전쟁과 국가부채한도 논란은 미국 정치와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줄 전망이다.
또한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하며 이번 사태를 이끌어온 공화당 내 일부 강경 티파티 세력의 향후 입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화당 서열 1위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거듭된 예산전쟁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당내여론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화당이 내부 붕괴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내년 1,2월이 되면 또다시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공화당이 다시 한번 기싸움을 벌여야 하고, 이외에도 이민개혁법 등 민감한 문제가 산적해 미 정치권의 대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역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