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원심분리기의 핵심 부품을 이미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일부 미국 핵 전문가의 분석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과 공동으로 18일(현지시간) ISIS 홈페이지에 '북한의 원심분리기 자체 생산에 대한 최근의 의심스러운 주장에 대한 대답'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미국의 군축·비확산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 과학응용국제협회(SAIC) 연구원이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아산 북한회의'에서 한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당시 폴락 연구원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통제와 제재, 차단 등 현행 대북 정책의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을 수 있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소장과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 분석에 허점이 있다면서 그의 결론이 "부정확하거나 최소한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서 "원래 중국으로 수출된 신형 컴퓨터 수치제어(CNC) 기계장치가 최근 북한으로 불법 전용되고 있다는 정보를 ISIS가 입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런 첨단 기기를 스스로 생산할 능력이 없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또 폴락 연구원 측 주장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진 컴퓨터 수치제어 유동성형기계의 사진은 사실 유럽산에 가까워 보인다고 2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지적했다.
컴퓨터 수치제어를 통한 유동성형기계는 마레이징 강철로 된 원심분리기 로터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장비로, 폴락 연구원은 북한이 이를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과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무기 통제와 제재가 더는 효력이 없다거나 북한으로 금지 물품이 공급되는 것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정책적 측면에서 이런 노력의 정당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이런 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