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자료사진=두산 베어스)
"저는 어차피 뛰어야 하는 선수예요."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정수빈(두산)은 14타수 5안타로 타격감이 좋았다. 하지만 주루사가 문제였다. 1~2차전에서 무려 네 차례나 주루사를 당하며 두산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다행히 3~5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지만 정수빈에게는 씁쓸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수빈은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죽어도 다시 뛰는 야구가 바로 정수빈의 야구이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19일 열린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3회말 부상을 당한 김현수의 대주자로 들어서 그 공백을 120% 메웠다. 3루타에 기습 번트 안타, 그리고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까지 정수빈의 날이었다.
준플레이오프 주루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플레이였다.
정수빈은 "마음 가짐은 똑같은 것 같다. 어차피 단기전이라 지면 끝이고, 이기면 올라가 우승도 할 수 있다. 상황에 맞춰 자신있게, 과감하게 하고 있다"면서 "주루사도 있었는데 죽어도 뛰어야 하는 선수이기에 과감함이 필요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주루사를 당했는데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안 뛰면 팀이 안 돌아갈 것 같았다. 어차피 뛰어야 하는 선수다. 죽으면 욕 먹고, 살면 칭찬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7회초 1사 1루에서 이병규(9)의 타구를 잡아낸 것은 3차전 최고의 장면이었다. 좌중간으로 향한 이병규의 타구는 계속 좌익수 쪽으로 휘어져갔다. 하지만 번개 같이 달려든 중견수 정수빈이 몸을 날려 이병규의 타구를 잡아냈다. 이미 1루 주자 정성훈이 2루를 지난 상황이었기에 뒤로 빠졌다면 100% 득점 상황이었다.
정수빈은 "그 상황에서는 승부를 걸었다. 놓치면 무조건 지고, 잡으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다"면서 "노하우라기보다 감이다. 슬라이딩 캐치를 할 때는 90% 이상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날린다"고 설명했다.
4-3으로 앞선 6회말 기습 번트는 쐐기점의 발판이 됐다. 1사 1루에서 LG 좌완 류택현을 상대로 1루 쪽으로 흐르는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최주환의 적시타로 임재철이 홈을 밟아 5점째를 뽑았다. LG가 '정수빈은 번트를 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도 손을 쓸 수 없는 완벽한 번트였다.
정수빈은 "좌완 투수라는 것도, 3루수가 앞으로 나온 것도 다 생각했다. 1루로 약하게 대면 좌완 투수가 1루로 던지기 힘들다"면서 "내가 나오면 어느 팀이든 번트 생각을 한다. 알면서도 댄다. 내가 죽으면 1루 주자는 2루에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죽어도 다시 뛰어야 하는 남자. 바로 두산의 정수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