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5일째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지자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규모 대피령을 내렸다.
21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드니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등지에서 발생한 100여건의 대형 산불 가운데 60여건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으며 이 중 15건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블루마운틴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커 이미 1천ha 이상의 삼림이 잿더미가 됐으며 인근 주민들에게는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졌다.
NSW 주정부는 이번 산불이 45년 만에 최악이라고 밝혔다.
블루마운틴 인근 소도시 벨과 마운트 토마, 베람빙 지역의 주민들은 즉시 거주지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블루마운틴 관광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카툼바 지역도 2∼3일 내에 산불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방소방대(RFS)는 밝혔다.
블루마운틴에서 가까운 리스고와 펜리스에서도 대형 산불이 통제되지 않고 있어 위험한 상태다.
지금까지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200여채의 가옥이 소실됐다.
이재민들은 인근 체육관이나 클럽, 학교 등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피신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열악한 위생시설과 생필품 부족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셰인 피츠시먼스 NSW주 RFS국장은 "18∼20일에는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도 덜 불어 산불이 다소 진정되는 기미였지만 21∼23일에는 다시 기온이 30℃ 이상 치솟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 것으로 보여 진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구 440만명의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는 아직 산불의 직접적 위협은 없지만 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시드니를 동서남북으로 둘러싸고 있는 삼림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다 보니 곳곳에서 치솟은 연기와 재 때문에 시내가 한낮에도 어둑어둑해져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또 블루마운틴에서 네핀 강만 건너면 시드니 교외로 이어지는데 불씨가 강둑으로 튀면서 강 건너편 펜리스와 케슬레이 지역으로 일부 옮아붙었다.
특히 시드니로 드나드는 인근 고속도로 중 상당수가 산불로 통제되자 출퇴근 차량이 한꺼번에 통행이 허용된 일부 도로로 몰려드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배리 오파렐 NSW 주총리는 향후 30일간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소방관과 경찰들이 상황에 따라 주민을 강제 대피시킬 수 있도록 했다.
또 시드니 전역 등 NSW주 내 4개 지역에서 바비큐 등 목적으로 야외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금지됐다.
오파렐 주총리는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의 주민들은 몹시 괴롭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