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을 비롯한 동부 선수들이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낸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BL)
서울 삼성이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2013-2014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 당했던 패배와는 충격의 정도 자체가 다르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목이 쉬어 있었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원주 동부가 마지막 2.2초를 남겨두고 승부를 뒤집었다. 동부는 22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삼성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4쿼터 막판에 터진 김주성의 골밑슛에 힘입어 85-84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20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삼성은 2쿼터 종료 4분24초를 남겨두고 41-21로 앞서갔다. 김주성은 "그때 뚜껑이 열려 있었다"며 당시의 참담함을 표현했다. 골밑이 강한 동부가 리바운드마저 밀렸으니 할 말이 없었다.
4쿼터 종료 4분여가 아니었다. 그때는 2쿼터였다. 언제든지 승부의 흐름이 바뀔 수 있었다. 그런데 삼성은 점수차가 20점으로 벌어지자마자 힘을 뺐다. 제스퍼 존슨, 이동준 등 득점 감각이 절정이었던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반대로 흔들리기 시작한 가드진에서는 오히려 변화가 없었다. 1쿼터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친 김승현은 여전히 벤치에 있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점수차는 11점으로 좁혀졌다. 동부가 반격을 시작한 뒤에도 벤치에서는 미동이 없었다. 경기를 지켜본 한 농구 관계자는 "삼성의 교체 타이밍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삼성이 마음만 먹었다면 전반전에 승부를 끝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광 감독은 2쿼터 막판 삼성의 경기력에 대해 "선수들이 무리를 했고 쉬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상대가 추격을 펼칠 때는 냉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의 선수 운영은 '돌려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의 주전급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부분 이름값은 있는 선수들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시간 배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선수로서는 1초의 시간이라도 귀하다.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시도하는 과감한 플레이가 밖에서는 무리한 플레이로 보일 수도 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각 선수들에게 역할을 정확히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모호하다. 선수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삼성은 동부의 골밑 파상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4쿼터 2분을 남겨두고 다시 점수차를 9점으로 벌렸지만 이미 20점차의 차이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동부 선수들은 포기를 몰랐다.
역전의 서막은 김주성의 3점슛이었다. 김주성은 1분52초를 남기고 과감하게 3점슛을 던져 스코어를 78-84로 만들었다. 동부는 김주성의 과감한 득점을 시작으로 연속 10점을 몰아넣었다. 2.2초 전 마지막 득점도 김주성의 손에서 나왔다.
김주성은 그때 왜 3점슛을 던졌을까. "상대가 스위치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공간이 생기면 바로 던져야겠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점수차가 컸다. 좁히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