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으로 '군국주의' 재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일본이 장기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경우 미국으로서도 일본의 핵보유를 막기는 어려워 자칫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핵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아시아정책연구소(NBR)에 따르면 리처드 새뮤얼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국제연구센터 소장 등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에서는 여전히 반핵 여론이 강하지만 최근 국내외적인 요인으로 핵무기 보유에 대한 논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로 알려진 새뮤얼스 소장은 우선 일본의 핵보유를 부추기는 외부 위협요인으로 북한과 중국을 꼽았다.
특히 그는 "일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북한"이라고 지목한 뒤 "북한은 정권붕괴 혹은 외부공격에 직면할 경우 더이상 잃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 일본에 대해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면서 "또 북한 정권의 핵무기 통제 능력이 의문시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국방예산을 급격히 늘리는 중국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부추기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뮤얼스 소장은 내부적으로도 지난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과 1964년 비키니 환초 핵실험 등으로 '핵 앨러지'가 있는 일본 국민의 여론과 정치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체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힌 응답 비율이 약 3분의 1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의에 언급, "전후 일본의 군대는 역할을 제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제는 달라지는 양상"이라면서 최근 전투기, 공중급유기 구매 등 자위대 전투력 증강 시도를 핵무기 보유 가능성과 연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뮤얼스 소장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일본의 특성상 군사공격을 당했을 때 워낙 치명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에 핵무기를 통한 반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때 외교적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본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한국도 분명히 이를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역내 핵무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미국과의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새뮤얼스 소장은 "동아시아의 안보환경 변화는 불확실하고, 특히 북한은 예측불가능한 존재여서 일본의 '셈법'을 바꿀 수 있다고 진단한 뒤 "현재로선 일본이나 미국에서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지만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