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만에 열린 22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박 대통령의 침묵이 야당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쓸데 없는 논란만 키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이 야당 후보를 비방하고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트위터 글을 5만5689회에 걸쳐 직접 작성하거나 퍼나른 사실을 확인했다.
정치권과 검찰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은 인터넷 사이트 댓글 의혹보다 파장이 훨씬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자신은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댓글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을 다량 발견하면서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잠잠해지던 촛불시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야당은 지금까지 밝혀진 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성명을 내고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이 엄중한 사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박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다. 최근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권력기관들의 대선개입과 관권선거 양상은 실로 놀랍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대선 불복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민주당에서는 대선불복 얘기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2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대선불복을 언급했다.
민주당내에서 대선불복 기류가 확산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커지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확실한 국정원 개혁을 새해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줌도 안되는 직원들의 댓글 사건으로 국가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전체가 범죄집단 취급을 당해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통성 시비에 대해 불쾌해 할 것이 아니라 댓글 사건을 매듭지어 줬으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고문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집권당과 정부의 역할이다"고 꼬집었다.
한 친박 고위인사는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은 요지부동이고 앞뒤가 꽉 막힌 남재준 국정원장은 사태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