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보궐선거 화성 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왼쪽)와 민주당 오일용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사무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3일 앞으로 다가온 10·30 재·보궐선거는 전국 단 두 곳에서 치러지는 '초미니' 선거지만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열기는 뜨겁다.
친박계 핵심인 6선의 '정치 거물'인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국회에 입성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터를 닦은 민주당 오일용 후보와 화성 출신 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가 서 후보를 바짝 쫓으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낙하산은 안된다'며 서 후보에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서청원 “7선 새누리당 최고의 대장될 것"보궐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된 25일 봉담읍사무소. 오전 11시쯤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읍사무소를 방문했다. 카메라와 사진 기자들이 서 후보를 향해 몰렸다.
서 후보는 투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겸허한 마음으로 30일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면서 "계속해서 발품을 팔면서 많은 지역 주민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특히 "저를 심부름꾼으로 선택해주시면 공약한 화성의 발전을 확실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서 후보는 불공정 선거 논란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과거 선거 후 불공정 경선 시비를 일으킨 정당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잘 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일에 관여하지도 또 생각지도 못했던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그 문제에 대해 조금도 미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실제 화성시 시민들은 야당 측이 제기하는 불공정 선거 논란보다, 화성의 발전에 대해 더 관심이 있는 모습이었다.
화성시가 상대적으로 교통, 문화시설 등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공약화 해 실천할 수 있을 지가 후보를 뽑는 기준이란 설명이다.
사전 투표를 마친 서연정(56.여)씨는 "화성시가 가지고 있는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서울 갈 때 길이 너무 막혀서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진모(50)씨는 "화성이 면적이 넓은데 비해 교통, 문화 시설이 부족하다. 예산을 더 쉽게 많이 가져오실 분, 그럴려면 아무래도 오래하셨던 분이 능력이 있을 것 같다"고 여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날 오후 1시반 쯤 발안사거리 삼성지디털프라자 앞에서 이뤄진 차량 유세에도 60~70대 어르신들이 서 후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조신자(72.여)씨는 "박 대통령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면서 "주변 내 또래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유세 연설에서 서 후보는 '화성의 10년 앞당긴 발전'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강조했다.
또 서 후보는 당내 자신의 역할론도 역설했다. 그는 "국회에 입성하면 7선 새누리당 최고의 대장이 된다"면서 "7선 새누리당 최고의 대장이 울타리가 되어 박근혜정부의 경제 살리려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차량 유세에는 남경필 의원, 김성회 전 의원 등과 설운도, 한무 등 연예인 자원봉사당이 나와 지지유세를 했다.
◈오일용, 다윗과 골리앗 싸움서 대역전극 노려
10.30 재보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거리에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 민주당 오일용 후보, 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윤성호기자
민주당 오일용 후보는 대역전극을 노린다.
화성갑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여당 성향이 짙은 지역이다. 2007년 치러진 4.25 재보선 이후 줄곧 새누리당이 승리한 데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인접 지역구인 화성을에서 18대 새누리당, 19대 민주당 당선자의 배출로 표심에 변동이 있었던 점에서 야당이 화성갑에 기대를 걸어 볼 여지는 있다.
오 후보는 "많은 분들이 오일용 후보가 서청원 후보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제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제는 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화성 시민들이 누가 화성을 위해 헌신하고, 누가 화성을 이끌 사람인지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오전 10시쯤 서 후보와 같은 봉담읍사무소에서 사전 투표를 마치고 발안 장터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했다.
그의 케치플레이즈는 '젊은 일꾼 다운 성실함', 전략은 '게릴라식 유세'다. 오 후보는 "화성은 지역은 넓은데 특별한 시내 중심 번화가가 없고 마을이 1200개 리단위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동네를 돌며 한 명이라도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오 후보는 유세 차량을 타고 화성 곳곳의 아파트 단지, 빌라 단지를 돌았다.
골목 골목 시민 한 분 한 분 보일 때마다 오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총총걸음으로 달려가 악수를 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봉담읍 왕림리의 길 한복판에 멈춘 유세 차량에서 오 후보는 서 후보의 비리 전력을 부각시키며 자신은 깨끗한 후보이자 화성 지역 현안을 해결할 지역 일꾼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분은 더 이상은 안 된다"면서 "화성 시민만 바라보고 화성 발전만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회사원 류평걸(26)씨는 "오 후보가 자기 홍보라기 보다 화성을 잘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어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후보들 보다 더욱 열정적이라는 것이 느껴졌다"면서 "이렇게 젊은 분이라면 화성을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오 후보를 지지했다.
봉담읍에서 17년 동안 살고 있는 김모(53)씨는 "갑자기 국회의원 하겠다고 화성에 온 후보를 볼 때 기분이 나쁘다"라며 "다음 선거에서 이 곳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과연 자신의 공약대로 얼마나 화성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여당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홍성규, '화성'이 낳은 정치적 인물론 내세워홍성규 후보는 당 차원에선 '정권 심판론'을, 각 후보 개인 차원에선 '화성 인물론'을 내세웠다.
홍 후보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아 정권 심판론이 어울리지 않는 선거였는데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보며 정권 심판론이 제기됐다"면서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를 지켜내느냐, 못 지켜내느냐를 가릴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이어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정황이 드러났고, 검경의 수사 축소 은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부정 관건선거가 됐다. 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화성 출신답게 화성에 대한 맞춤형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홍 후보는 "화성은 농민과 노동자가 어울려 살고 있다"며 "정부가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맞서 서민들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화성은 천년 전 부터 서해안 교역의 중심지인데 평화통일 시대에 서해안 중심지로서 화성을 재정립하는 '화성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웅변했다.
특히 홍 후보는 "후보가 세 명인데 서청원 후보는 대표적인 낙하산 후보고, 오일용 후보는 작년 총선 때 1년 반 전 낙하산 후보였다"면서 "화성 지역에선 재선 의원이 없다. 화성의 숙원 사업인 교통 등 인프라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한다고 할 게 아니라 이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정치적 인물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화성에는 선거 운동의 열기를 짐작하듯 사전 선거 투표를 독려하고, 후보를 홍보하는 현수막들이 이곳저곳에서 나부꼈다.
'투표하기 어렵다구요? 잠시만요. 사전투표하고 가실게요', '꼭 투표하세요, 찍는 느낌 아니까', '화성의 발전을 10년 앞당길 후보', '젊은 일꾼, 깨끗한 후보' 등의 문구들이 지나가는 시민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화성 시민들은 현재 선거 운동보다 당선 후 공약 실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유치원 딸 아이와 귀가하던 이유자(36.여)씨는 "사람 심리가 화장실 들어가기 전이랑 나가는 게 다른 것처럼 당선만 되자라고 해서 의미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심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분이 뽑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