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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한국PC방서 싹 틔운 롤 흥행대박

    [노컷이 만난 사람] 순두부 회식 즐기는 브랜던 벡 라이엇게임즈 대표

    브랜던 벡 라이엇게임즈 대표는 올해도 ‘리그오브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끝난 뒤 LA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뒷풀이를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PC방을 포함해 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선도했다는 사실에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LA 코리아타운 북창동 순두부집은 나와 마크(공동창업자·사장)가 수년간 즐겨 찾는 단골집이죠. 지금까지 50번도 넘게 다녀왔어요.”

    브랜던 벡(32) 라이엇게임즈 대표(CEO)는 최근 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시즌2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은 물론 올해 시즌3 결승전 뒤풀이도 이 순두부집에서 했다”고 밝혔다.

    한국 문화에 심취한 한 미국 청년이 전세계 게임계를 주름잡는 거장으로 우뚝 섰다.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로 잘 알려진 라이엇게임즈의 브랜던 벡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사업 성공 이면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관통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를 마친 뒤 순두부 회식을 즐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리그오브레전드는 요즘 세계 게임계에서 뜨거운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선 65주째 PC방 점유율 1위(게임트릭스 기준)를 기록하며 질주 중이다. 본사가 위치한 미국에서의 반응도 만만찮다. 급기야 프로농구(NBA)와 프로아이스하키(NHL) 대회가 열리는 현지 초대형 실내종합경기장 ‘스테이플스 센터’에선 전세계 최강팀들이 모여 사상 처음으로 게임 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PC방을 포함해 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선도했다는 사실에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우리가 늘 꿈꿔오던 이상적인 방식으로 e스포츠를 수용했어요. 마크와 나로 하여금 e스포츠가 주류 문화로 성장하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해줬죠.”

    -한국 문화와 첫 인연을 맺은 시기는 언제인가?
    “미국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의 LA에서 자란 덕분에 미국인이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 잘 알다시피 LA의 한인 공동체는 매우 활성화 돼 있고 규모 또한 상당하다. 코리아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문화, 특히 음식과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어릴 적에는 한국 라면에 매력을 느꼈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한국식 바비큐를 구워먹거나 순두부찌개를 먹곤 했다. 한국 음식을 통해 식도락가(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로 첫걸음을 떼기도 했다. 특히 PC방에 갔던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

    -PC방은 어떤 계기로 방문했나?
    “대학 신입생이었던 17살 때 처음 갔다.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이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스타크래프트’ 마니아였는데 한국인 친구가 LA의 PC방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PC방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종일 진행되는 랜파티(자신의 컴퓨터를 가지고 와서 통신망에 연결해 여럿이 게임을 즐기는 행위)나 PC게이머들을 위한 전자오락실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PC방을 경험하자 대학 기숙사에서 홀로 게임을 즐기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PC방을 더욱 자주 찾게 됐다. 라이엇게임즈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마크 메릴을 포함한 친구들도 많이 데려갔다.”

    -학창시절 모습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시절은 고통스러운 추억이다. 수업은 경직돼 있었고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1년 먼저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고 시험을 치러 남가주대학교(USC)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생활은 나와 잘 맞았지만 공부와 게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란 꽤나 어려웠다. 열혈 게이머였던 마크와 나는 때론 대학 파티도 건너뛰고 마치 마라톤을 하는 것 마냥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러 가기도 했다.”

    -사내 PC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이엇게임즈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업무공간은 제한적이다. 비싼 사무공간에 사내 PC방을 만든 것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내 PC방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를 통해 우리의 가치가 담긴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상 놓을 자리가 부족하다고 사내 PC방을 침범하면 ‘게임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Take Play Seriously)라는 우리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PC방 근처에 설치된 자판기도 한국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국 과자와 음료로 가득 찬 이 자판기는 심심찮게 매진되기도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라이엇게임즈는 본사 회의실을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영웅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이곳을 한국형 챔피언인 ‘아리’라고 부르기로 한 것은 사실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흥미를 더한 한국 문화가 있는지.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미국 문화의 융합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코기 트럭’은 산타 모니카에 올 때마다 직원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 코기 트럭은 한국식 바비큐와 멕시코 타코를 독특한 방식으로 혼합해 판매한다. 이는 LA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한국 음식을 어떻게 우리의 요리법으로 결합시켰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리그오브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업십 결승전에서 한국팀이 우승하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은?
    “최근 한국의 여러 프로 게임단 숙소를 방문하면서 관찰했던 것을 공유하겠다. 당시 찾아갔던 모든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게임단은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 가량 연습하고 있었는데 팀 동료와 함께 살면서 유대감을 쌓고 있는 것을 봤다. 이런 헌신과 규율 그리고 직업윤리가 글로벌 e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성공을 설명해주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e스포츠를 포용한 최초의 나라다. 나를 포함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국 게이머들이 e스포츠 트렌드를 선도해왔고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세계 다른 지역도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철학이나 입장을 듣고 싶다.
    “우리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진출한 국가에서 좋은 기업시민이 되는 것이다. 우리만의 자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한국 문화재청과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을 맺은 직후인 작년 7월 한국 직원들이 경복궁을 방문해 청정활동을 펼쳤던 적이 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나도 참여했는데 좋은 일에 한몫 보탰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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