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황당할 수 있을까' 2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잘 던지다 벤치 실수로 교체돼 아쉬움을 남긴 두산 좌완 유희관.(사진=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4차전이 열린 28일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좌완 유희관은 전날 3차전의 어이없는 강판에 대한 황당한 심경을 털어놨다.
3차전 선발로 나섰던 유희관은 4회 2사 2, 3루에서 벤치의 실수로 교체돼 내려와야 했다. 판정 항의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두산 코치진이 두 번이나 마운드로 올라간 것으로 간주돼 야구규칙 8.06에 따라 투수가 바뀌어야 했다.
투구수 52개뿐이었던 유희관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유희관은 "솔직히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뒤를 안 닦고 나온 것 같았다"며 당시 찝찝한 심경을 밝혔다.
자신은 더 던질 수 있었지만 의사와는 관계 없이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이어 "팀이 이겼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바로 팀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할 의지를 다졌다. 유희관은 "사실 오늘도 선발로 나가 8~90개 정도는 거뜬히 던질 수 있다"면서 "팀이 원하면 불펜으로도 나설 수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KS MVP에 대한 욕심도 미련없이 버렸다. 유희관은 "어차피 현재 성적이라면 MVP는 바랄 수도 없다"면서 "팀이 우승을 해도 배당금이나 더 받아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지나가던 1차전 승리투수 노경은에게 '끝내기 투수'라고 격려했다. 두산이 4차전을 이기고 5차전 선발로 예정된 노경은까지 승리 투수가 된다면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
과연 유희관의 '황당 강판 사건'이 한때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지, 뼈아픈 회상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