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주요 20개국(G20) 지도자들을 상대로 정보수집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탈리아의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와 라 스탐파(La Stampa)는 29일(현지시간) 익명의 유럽연합(EU)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달 자국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다른 회원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정보수집(스파이) 활동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민을 상대로 도·감청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이후 러시아도 비슷한 의혹을 받게 됨에 따라 주요 강대국의 무차별적인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5∼6일 열린 G20 정상회의가 끝날 때 각국 대표들에게 보조 기억 장치인 USB와 휴대전화 충전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하지만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선물을 수상하게 여겨 보안 담당자에게 점검하도록 했고 독일 정보기관의 도움으로 이뤄진 예비 검사를 통해 정보수집 장치가 맞다(positive)는 결과가 나왔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나눠준 USB와 충전기가 컴퓨터 자료와 휴대전화 통화 내용 등을 은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러시아의 선물을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탈리아 신문들의 보도를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이탈리아 언론의 보도는)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시적인 문제로 돌리려는 시도다"고 자국 통신사인 RIA 노보스티에 밝혔다.
반롬푀이 상임의장 측과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 측은 이탈리아 신문의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바로소 집행위원장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회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