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경로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2008년 12월 마지막 회담을 끝으로 5년 가까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우 대표의 미국 방문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가장 첨예한 차이를 보이는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전언과 분석을 종합해보면 6자회담의 성격과 협상의 단계화 여부에 대한 입장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할 용의가 있으나 대화의 전제조건을 수용할 수 없으며, 대화의 초기단계에 협상 상대를 믿을 수 있는 과정을 거친 뒤 9.19 공동성명에 언급된 분야의 협상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협상분야를 세분해보면 ▲비핵화 ▲정치 ▲군사 ▲경제 분야로 나뉠 수 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한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교수는 이와 관련해 군사분야에서는 평화조약 논의와 한미 군사훈련이, 경제분야에서는 제재해제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북한 측 기류를 전했다.
물론 4개 분야의 협상은 동시에 가동되며, 비핵화와 나머지 3개 분야의 진전은 연동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 초기에 핵과 미사일 발사실험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이행할 의지가 있음도 함께 전했다. 인공위성 발사실험이 포함되는지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시사된 적은 없다.
위트 교수는 북한의 이런 협상전술을 '비핵화 다단계 협상' 구상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입장은 '비핵화가 중심목표임을 수용하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어 보인다.
한국은 물론 일본도 합의한 미국의 요구는 북한에 의해 협상이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비핵화는 다른 사안과 연동돼있는 의제가 아니라 6자회담의 선행의제, 다시말해 중심적 의제임을 북한이 받아들여야만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이 중단된 2008년 12월 이후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상황의 변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도로 제자리'로 가서 협상할 수 없다는 정치적 메시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다른 의제도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진정성 있는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은 2008년 12월 마지막 회담에서 큰 장애물로 등장한 '신고와 검증'의 대상으로 확대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핵심은 고농축우라늄(HEU)을 비롯한 UEP시설(영변은 물론 북한 전역 대상)을 포함시키고 이를 초기단계부터 현장에서 조사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 등을 북한의 비핵화 '의지(또는 신뢰) 확인'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NEWS:right}
결국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이런 차이 속에서 힘든 중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우 대표가 천명한 '자신감'이 미국을 만족시킬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면 이번 기회에 미국과 중국은 6자회담 재개조건에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상황변수를 엮어 회담의 재개를 도모하려 할 경우 미국의 거부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도 중국이 과도하게 미국에 경도된 조건에 합의할 경우 추후 이를 수용하지 않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우 대표가 미국 측 당국자들과 어떤 협의를 했는지는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5년 가까이 공전된 6자회담이 다시 가동될 수 있을지는 이제 `각론'으로 넘어간 관련국간 협의결과에 따라 방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