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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양증권 녹취록 들어보니…상품 팔려고 위험사실 '은폐'

법조

    [단독] 동양증권 녹취록 들어보니…상품 팔려고 위험사실 '은폐'

    불완전 판매 백태…법정관리 직전까지 "안전해요" 뒤통수

    직원 : 저는 올해 만기 상품은 상환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어떻게 보면 (동양그룹 상황에 대해) 다 알려드리면 (상품 가입을) 안 하실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A씨 : 그래도 뭐 하나라도 단점 하나라도 알려주셨어야죠.

    직원 : 그건 제가 잘못한 부분이고요.

    A씨 : 저한테 위험에 '위'자도 꺼내지 않으셨어요. 사인만 받고 가시고…….

    지난 9월 24일 동양그룹이 심상치 않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진 후 교직원인 A씨는 서울의 한 동양증권 지점에서 상담을 했다.

    A씨는 추석 연휴 직전 채권을 매입할 때 7%의 고정금리를 받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말만 듣고 구입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게 된 경우다.

    직원은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면 피해자가 매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이미 피해자는 큰 손해를 본 뒤였다.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녹취록을 보면,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기업어음(CP)·채권을 판매하면서 피해자들에게 고의로 정보를 숨기거나 법정관리 직전까지 거짓 설명을 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직원의 말만 믿고 채권에 연이어 재투자했던 택시기사 B씨는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얘기가 시장에 파다하게 나돌던 지난 9월 하순 경, 걱정이 돼서 상담을 했지만 직원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말만 듣고 피해를 키웠다.

    B씨 : 이게 아주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직원 : 네? 그런 부분은 아니고요. 그룹계열사가 어디가 법정관리로 가느냐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건데요. 지금 가지고 계신 채권은 우선 순위로 배정돼서 휴지조각되거나 손해 부분은 전혀 없어요.

    B씨 : 나는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직원: (중략) 그래서 뉴스가 좀 오버(과장)해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B씨는 ㈜동양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진 10월 초에 다시 직원과 통화했지만, 직원은 자신도 몰랐다며 변명했다.

    B씨 : 조금 힌트만 줬어도 생각하는 건데 그게 서운하네. 불과 한두 달 중에 또 (채권 매입을) 권고했다는 것에 대해선 서운해.

    직원 : ㈜동양은 화력발전소를 수주한 게 계열사들에게서 크게 지지를 받은 상황이었고, 회사가 이런 (유동성 문제에 대한) 자구책이 있고 성장성이 있다고 해서 저도 가입을 했고…….

    이에 화가 난 B씨의 딸은 해당 직원을 찾아가 따졌다.

    딸은 "우리 아버지가 상담할 때 어떻게 보였냐"고 추궁하자 직원은 "원금보장을 더 중요시하시는 분으로, 확정금리로 기간을 짧게 해서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직원의 권유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후유증은 고스란이 B씨 가족의 몫이 됐다.

    남편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동양증권의 상품에 투자한 C씨는 이번 일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대상포진까지 걸렸다. C씨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의 상품설명서에 사인을 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C씨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만 믿고 상품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가입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C씨 : 남편이 했던 상품이랑 같은 거라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인만 했잖아요. 난 미리 가서 사인한 건데 조금이라도 '이런 사실이 있어요'라고 했으면 나도 생각을 하고 할텐데…….

    직원 : 어쨌든 제가 너무 죄송해요.

    D씨에게 직원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노컷뉴스/자료사진)

     

    D씨는 증권사에 어떤 상품에 대해 어떻게 투자되는지 사전·사후에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직원이 임의로 회사채에 투자한 피해를 봤다.

    D씨는 카톡으로 "CMA에 있는 돈 언제든지 뺄 수 있는 채권으로 7천 6백만 원 넣어놨어요"라는 통지만 받았다. 하지만 D씨는 결국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잃게 됐다.

    법무법인 정암의 류창용 변호사는 "직원이 사전 허락을 받았더라도 회사채의 위험성에 대해 미리 고지를 했어야 한다"며 "만약 장내거래라면 상품투자설명서도 교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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