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로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개발한 효성이 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폴리케톤’ 개발·상용화 성공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싼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검찰청 등의 잇따른 조사와 수사가 이어지는 혼란의 상황 속에서도 효성이 4일 신소재 개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효성이 개발한 ‘폴리케톤’이 그만큼 의미 있는 고분자 소재라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효성의 탄소섬유가 금속을 대체하는 신소재라면 이번에 개발된 폴리케톤은 나일론으로 대표되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라는 것이다.
효성 폴리케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이상운 부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폴리케톤 개발은 50여년간 쌓아온 효성의 화학 부문 연구개발(R&D)과 생산 노하우로 이룬 쾌거"라며 "유해가스를 원료로 우리 산업에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일석이조의 소재라는 점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폴리케톤의 개발은 2004년 조석래 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고 한다.
IMF 때 구조조정 차원에서 화학수지 업체인 효성 바스프를 매각함에 따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아쉬워하던 조 회장이 ‘세상에 나와 있지 않은 전혀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할 것을 지시한 것.
이후 10여 년 동안 50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결국 폴리케톤의 개발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효성 기술원의 연구진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폴리케톤의 개발 과정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폴리케톤은 신규 고분자 소재로 무엇보다 가공안정성을 확보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각종 안정제를 총망라해 적용했지만 실패를 반복했고 그 와중에 한 연구원이 시간낭비라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금속염이 포함된 식품첨가제를 안정제로 투입해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의 마음고생도 컸다. 울산 공장에서 폴리케톤 시험설비를 가동하던 초기에 예상치 못한 트러블이 너무 많이 발생하자 해당 설비마다 고급 명태를 매달아 안정화를 염원할 정도였다.
이후 설비는 다행히 안정화를 찾아갔지만 걸어놓은 명태는 울산명물인 떼까마귀가 모두 먹어 치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