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은선 페이스북 캡처)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구단들이 박은선(27·서울시청)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박은선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수치심을 느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박은선이 속한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 5일 간담회에서 내년에 박은선이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도록 결의했다. 박은선이 계속 경기에 뛴다면 리그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박은선이 여자 실업축구 무대에서 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간단히 말해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180cm, 74kg에 달하는 당당한 체구를 갖춘 박은선은 힘이 넘치는 축구를 펼치고 또 특유의 낮은 목소리 때문에 몇차례 성별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박은선은 대한축구협회에 여자 선수로 등록돼 있고 그동안 국제대회 무대에서 꾸준히 출전해왔다. WK리그 경기에 나서는 데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
박은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WK리그 감독들의 결의에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교사의 권유 때문에 창덕여중으로 전학을 가 축구를 시작했다는 박은선은 "한 가정의 딸로 태어나서 28살이 됐는데 절 모르는 분들도 아니고 저한테 웃으면서 인사해주시고 걱정해주셨던 분들이 이렇게 저를 죽이려고 드는 게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실업팀에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때도 절 데려가려고 많은 감독님들이 저에게 잘해주시다 돌변하셨는데 지금도 그렇네요. 성별검사 한두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때도, 올림픽 때도 받아서 경기 출전하고 다 했는데 그때도 정말 어린 나이에 기분이 많이 안좋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네요"라며 분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