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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밖 살인태클 당한 박은선

  • 2013-11-07 06:00

6개구단 감독 "출전금지 해달라" 생떼

 

그라운드 위의 살인태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진짜 '살인태클'이 자행됐다. 그것도 지도자들이 현역 선수를 향해 집단 살인태클을 했다.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7개팀 가운데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내년 시즌 박은선(서울시청)의 리그 출전금지를 결의했다. 6개 구단 감독들은 박은선이 출전을 강행할 경우 리그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W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지난 5일 6개팀 감독들로부터 이런 내용을 통보 받았다고 뒤늦게 알렸다.
 
남자선수 못지 않은 180cm, 74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박은선이 논란의 대상이었다면 이미 10년 전에 도마에 올랐어야 했다. 박은선은 지난 2003년부터 A매치에 20경기나 출전했고 20세 이하 대표팀으로 나선 것도 12경기에 이른다.
 
이미 한국 축구의 최상위 단체인 대한축구협회는 박은선을 여자선수로 분류했다. 지난 10년 간 쉬쉬하다가 왜 이제서야 성별 논란을 공론화한 걸까. 결과적으로 성적을 우선시하는 구단 이기주의 때문이다. 박은선의 소속팀인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 감독들은 올 시즌 경험한 박은선의 무서운 경기력이 겁이 났다.
 
박은선은 비록 우승트로피를 들지는 못했지만 19골로 2013 W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부활에 성공했다. 2위인 현대제철의 외국인 선수 비야보다 9골이나 많은 압도적인 성적이다.
 
사실 박은선의 성별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10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중국에서 박은선의 성별을 문제시했다. 결국 박은선은 소집 명단에 포함되고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박은선의 선수 생활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한때는 한국 여자축구 최고 재능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거듭된 팀 이탈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마지막 위기에서 다시 한번 은사인 서정호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한편 WK리그 감독들의 '퇴출 결의'에 대해 박은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박은선은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실업팀에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라면서 "그때도 절 데려가려고 많은 감독님들이 저에게 잘해주시다 돌변하셨는데 지금도 그렇네요. 성별검사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때도, 올림픽 때도 받아서 경기출전 했는데 그때도 정말 어린 나이에 기분이 많이 안좋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네요"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박은선은 이번 일로 상처를 받았을 가족들과 관련해 다소 격앙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지켜봐라 여기서 안 무너진다. 니들 수작 다 보인다. 더 이상 안 넘어진다 지켜봐라"는 강한 어조로 글을 마무리했다.
 
동료선수들도 박은선을 옹호하고 나섰다. 성현아(수원시시설관리공단) 선수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다살다 진짜 별 거지같은 것들을 다 본다"고 분통을 터뜨린 뒤 "자기들한테는 손해니까 저런 기사 내보내지. 한 사람 죽이려고 저러는 건가? 누가 뭐래도 난 네 편"이라고 박 선수를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박은선 소속팀인 서울시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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