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지난달 100세의 나이로 숨졌으나 묻힐 곳을 찾지 못하던 나치 전범이 이탈리아 교도소 안에 있는 수인 묘지에 묻힌 것으로 확인됐다.
나치 무장친위대 출신으로 '아르데아티네 동굴의 백정'으로 불렸던 에리히 프리프케가 이탈리아의 한 교도소 안에 있는 묘지에 묻혔으며, 묘 앞에는 이름이나 날짜 없이 단지 가족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번호만 적힌 조그만 나무 십자가만 있는 상태였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도소 안에 있는 이 묘지는 지난 30년간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조그만 묘지 중간에 있는 교회도 몇 세기 동안 문이 굳게 닫힌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애초 나치 전범 프리프케를 위한 장례식은 지난달 15일 로마 인근 알바노시(市)에 있는 극우 세력의 신학교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수 백명의 항의 시위대가 몰리면서 무산된 바 있다.
프리프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3월 독일군이 로마 외곽에서 레지스탕스 대원, 유대인, 어린이 등 335명을 학살하는 것을 주도한 혐의로 1998년 이탈리아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차대전 종전 뒤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호텔 지배인 등으로 일하며 살던 그는 40여 년 만에 죄가 드러나고 나서도 사과하지 않고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만 남겼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부인 묘에 묻히고 싶어했던 프리프케의 생전 소망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거부로 무산됐고, 독일의 고향에서도 그의 주검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